개혁위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 폐지하라” 권고

입력 2018-02-09 05:05
檢 종결·영장청구권은 유지
“형소법 수사지휘권 조항 삭제”
檢, 부정적 기류 속 반발 자제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 서울대 교수)가 검·경 수사권과 관련해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내놨다.

그러나 경찰이 꾸준히 요구해 온 수사종결권과 영장청구권은 현행 규정을 유지해 검찰에 두도록 했다. 향후 두 기관 간 마찰도 예상되는 지점이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수사지휘권 폐지안에 부정적 기류가 우세했지만 각종 내부 폭로로 곤경에 놓인 상황이라 공개 반발을 자제했다.

개혁위는 8일 발표한 권고안에서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도록 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64년 만에 삭제토록 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을 상호 협력 관계로 규정하고, 경찰이 1차 수사 중인 개별 사건에 대한 검사의 ‘송치 전 지휘’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검·경 관계를 상하 대신 수평적 관계로 재정립하라는 뜻으로, 청와대가 앞서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 방향과 같은 취지다.

권고안에 따르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경찰공무원 관련 사건으로 한정된다.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이 줄어드는 대신 검찰에 접수된 고소·고발이나 변사사건, 경찰의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경찰의 영장신청 시 보완수사에 대해선 검찰이 경찰에 구체적 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 수사에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우려가 있을 때도 경찰에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경찰이 요구한 완전한 수사권 독립과는 차이가 있다.

경찰이 강하게 삭제를 요구했던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규정과 관련해서도 개혁위는 검사의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며 반대 했다. 다만 경찰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 앞서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헌법에서 지워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수사권·기소권 분리 방안을 내놨다.

대검찰청은 “인권보호와 경찰 수사의 적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검사의 사법 통제도 실질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내부에서는 ‘지휘’ 권한을 ‘요청’ 수준으로 낮출 경우 수사 실무상 합리적인 통제가 안 되는 영역이 생기고, 일선 시행 과정에서 검·경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경찰 측은 “사실상 아무것도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