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표는 좋은데… 소비·고용은 왜 부진할까?

입력 2018-02-09 05:00

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글로벌 호황 힘입어서 회복세지만
체감 경기는 냉골… ‘따로 놀기’ 심화

소비, 눈덩이 가계 부채가 발목 잡아
고용, 서비스업 둔화에 증가세 미약

한국 경제의 2대 걱정거리로 소비와 고용 부진이 꼽혔다. 지표는 좋은데 체감 경기는 한파인 ‘따로 놀기’ 현상과 연관이 있다. 한국은행은 우선 민간소비가 과거보다 더딘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고, 일자리도 서비스업 부진으로 증가세가 미흡하다고 밝혔다.

한은은 8일 기준금리 방향 등을 담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보고서에선 1990년 이후 총 여섯 번의 한국 경제 회복기가 있었는데, 그중 네 번이 세계 경제 회복기와 사이클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경기는 2016년 8월을 저점으로 확장 국면에 진입하며 회복세가 예상보다 확대되고 있다. 우리 경제도 상품 수출과 투자 분야가 2016년 4분기 이후 과거 회복기의 평균 수준 회복세를 이어가는데 유독 민간소비만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소비 부진의 원인으로 140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를 꼽았다. 통화담당 허진호 부총재보는 “지난해 8·2대책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올라가는 등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 소비할 여력을 주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어 독려하는데도 고용이 늘지 않는 배경으로는 서비스업 부진이 꼽혔다. 서비스업은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에 비해 고용자 수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한은은 이를 ‘고용탄성치’란 지표로 산출하는데 이게 지난해 1∼3분기 내내 2011∼2016년 평균치보다 낮았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반토막났고, 역시 가계소득 정체로 서비스업 성장률이 지난해 1∼3분기 2.0% 성장에 그치는 등 정체됐기 때문이다.

금융 안정과 관련해 한은은 부동산 관련 업종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개인사업자 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점을 염려했다. 금융기관 중엔 은행보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이 매년 커지고 있다. 또 보험회사의 매도가능 채권 보유 및 카드 회사의 고금리 카드론 대출 확대 등도 건전성 훼손 요인으로 꼽았다.

한은은 그러나 소비와 고용 분야 전망이 그리 어둡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최저임금 인상, 평창 동계올림픽 특수,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 등이 근거였다. 물가 역시 2.0%라는 목표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소비 충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판단으로 나아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시간표가 당겨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한은도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깜빡이’를 시장에 준 것으로 해석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