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을 지방선거 출마 위한 스펙 정도로 여겨서야

입력 2018-02-08 17:42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6월 광주시장 선거 출마를 위해 사표를 냈다. 공직선거법상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공직자의 사퇴 시한은 다음 달 15일까지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의 예비후보 등록일이 각각 13일과 다음 달 2일이어서 미리 사표를 냈을 것이다. 일자리위원회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내세운 문재인정부가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한 기구다. 문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도 내걸었다. 하지만 출범 9개월이 넘도록 청년 실업률이 개선되기는커녕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에서 “청년 실업 문제가 국가 재난 수준인데 정부 각 부처가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장관들을 질책했다. 그런데 정작 일자리 정책을 주도해야 할 장관급 인사가 국민들의 일자리를 늘리지 못하고 자신의 일자리를 찾겠다고 선거판에 뛰어드는 꼴이다. 이달 말쯤 청년 일자리 종합대책을 발표한다더니 너무 무책임하다. 이럴 거면 아예 막중한 책무를 맡지 말았어야 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범 1년도 안 된 문재인정부에서 공직자들의 사퇴가 줄을 잇는 것은 유감스럽다. 지난 2일에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충남지사에 도전하기 위해 사표를 냈다. 지난해 말 사퇴한 황태규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을 비롯해 문대림 제도개선비서관, 행정관들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10여명이 선거 출마를 위해 사직했거나 사표 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국정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있겠는가.

공직자가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가장 바쁘고 한창 일해야 할 집권 초반기에 선거에 나가겠다고 너도나도 떠나면 나랏일은 누가 챙기겠는가. 공직을 가볍게 보고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8개월짜리 단명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이례적 기록을 세운 박수현 전 대변인은 임명 직후부터 지방선거용이란 소문이 무성했다. 대통령과 국민 간의 소통을 위해 시간을 쪼개도 부족한 판에 주말 지방행도 잦았다고 한다. 공직을 통해 얼굴을 알리고 선거판에 뛰어드는 것은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공복(公僕)이 정치 스펙 쌓기 용도로 쓰여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