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길’ 따라가는 차준환… 팀이벤트 싱글 첫 주자

입력 2018-02-09 05:05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차준환이 지난 6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훈련하고 있다. 차준환은 9일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팀이벤트 남자 싱글에서 첫 번째로 연기한다. 뉴시스

14세 때 4회전 점프까지 완성
男 피겨 유망주로 기량 급성장


김연아(28)는 개척자였다. 10년 전 공연과 생활체육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던 피겨스케이팅을 한국의 주력 종목으로 만들었다. 김연아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금메달은 한국이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이외의 종목에서 처음으로 수확한 메달이다. 그 이후 전국에 빙상장이 세워졌고 유망주가 발굴됐다. 한국은 지금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빙상 강국으로 성장했다. 김연아의 등장은 불모지를 옥토로 만든 사건이었다.

차준환(17·휘문고)은 김연아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그는 김연아의 은퇴로 끊길 줄만 알았던 한국 피겨에서 가장 괄목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12세 때 트리플 점프 5종(살코·토루프·루프·플립·러츠)에 성공했다. 14세 때는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과 쿼드러플 살코(4회전 점프)까지 완성했다. 기술 성장세는 김연아보다 빠르다.

15세였던 2016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남자 피겨의 첫 그랑프리 파이널 메달. 이때부터 차준환의 이름에는 ‘포스트 김연아’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부상의 시련도 있었다. 올 시즌 초 4회전 점프 훈련 중 발목과 고관절 부상이 악화됐다. 하지만 4회전 점프를 포기하고 안정적인 연기를 선택한 결과, 극적으로 평창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그는 세계적인 피겨 스타들과 함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은반에 나란히 선다. 당장 메달권을 기대할 정도의 기량은 아니다. 하지만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감안하면 평창은 차준환에게 경험의 기회를 제공할 소중한 무대다.

차준환은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팀이벤트 남자 싱글에서 가장 먼저 연기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8일 남자 싱글 선수 10명의 연기 순서를 세계랭킹 역순으로 배열해 발표했다. 경쟁자 중 가장 랭킹이 낮은 차준환은 연기 순서 ‘1번’을 받았다. 남자 싱글은 9일 오전 10시, 페어스케이팅은 오전 11시45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시작된다.

우승 후보는 패트릭 챈(28·캐나다)과 네이선 첸(19·미국)이다. 국적은 다르지만 모두 중국계 선수다. 패트릭 챈의 경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강자다. 올림픽 남자 싱글 챔피언 하뉴 유즈루(24·일본)는 당초 계획했던 출전을 철회하고 팀이벤트 종목에서 빠졌다. 하뉴의 빈 자리는 우노 쇼마(21·일본)로 채워졌다. 우노 역시 메달권 후보 중 하나로 평가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