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목적이 아니라 사명이란 생각으로 일을 합니다.’
㈜영광기업 정학영(인천 본향교회 장로) 대표의 명함에 있는 글귀다. 8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정 대표는 사업을 시작할 때 이 비전을 세웠다며 말문을 꺼냈다.
“우리 회사 슬로건이에요. 믿음의 기업으로서 한국교회를 위해, 이웃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정신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답니다.”
그는 교계 마당발로 통한다. 매년 주요 교단 총회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총회와 관련된 복사물을 무료로 제공한다. 복사기, 인쇄기 보급을 위해 전국 교회를 다니고 주 사무실이 종로5가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 바로 앞에 있다 보니 붙여진 별명이다.
“우리 사무실에는 질 좋은 커피를 내릴 수 있는 기계가 있습니다. 종로5가를 오가는 목회자나 교인들, 기독 언론인들이 이 커피를 마시며 쉬었다 가곤 하지요.”
올해 창립 28주년인 영광기업은 주보 인쇄기 6000대, 컬러복사기 4000대를 판매해 관리하고 있다. 부산 광주 대전 등에 지사 6곳, AS 대리점 100여곳을 두고 있다. 경기가 어려운 요즘은 더욱 저렴하게 좋은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동안 1만여 교회에 복사기, 인쇄기를 보급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닌 셈이지요. 그런데 적지 않은 교회가 판매대금을 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그 흔한 내용증명이나 독촉전화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고객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원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대기업에 다녔는데 일본 출장을 다니며 복사기술을 터득한 뒤 과감하게 사표를 냈습니다.”
사업 초기 그는 수입이 좋았다. 교인이었지만 예수님보다 세상친구들과 어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업에 실패했다. 그래도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가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돌아온 것은 아들의 사고 때문이다. 둘째 아들 모세가 유원지에 놀러 갔다가 펄펄 끓는 음식 솥에 빠진 것이다.
아들을 둘러업고 병원으로 뛰어가는 그의 입에선 “하나님,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때부터 받은 만큼 남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이후 그는 수익이 생길 때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에 쓰고 있다. 어려운 교회는 주보를 무료로 제작해 준다. 형편이 안 돼 주보조차 만들지 못하는 교회가 많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뜻 하지 못했던 일이다. 백혈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를 돕고, 저소득 주민에게 생활필수품도 전달한다.
적극적인 하나님 사역을 위해 영광선교회를 설립했다. 첫 사업으로 ‘복사기 무료 나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중대형교회에서 쓰고 버린 복사기를 고쳐 농어촌·미자립교회에 무료로 전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백내장 수술 지원사업’이다. 서울 강남의 모 안과와 협약을 맺고 정밀 안과검진 및 백내장 수술비를 지원한다. 처음엔 은퇴 목회자만을 염두에 두었지만 평신도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지난해 9월 시작한 이 사업에 총 400여명이 혜택을 받았다.
정 대표는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것을 좋아한다. 하나님 앞에서 영광 돌리며 살지 않은 날은 카운트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살고 있다. 기도제목을 묻자, 그는 고린도전서 10장 31절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는 구절을 붙잡고 늘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교회·이웃과 더불어 사는 게 우리 회사의 사명”
입력 2018-02-0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