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커스] ‘노동혁명’ 이룬 독일… ‘청년고용’ 막힌 한국

입력 2018-02-08 05:02
세계 노동운동사 일대 전기
통독 이후 최저 실업률 덕분
정치이어 경제도 유럽 선도


독일 노동계가 ‘주 28시간 근로제’ 실험을 시작한다. 보다 나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원하는 노동자가 주 4일 근무를 선택할 수 있는 노동자 중심 탄력근무제다. 이웃 프랑스가 2005년 주 35시간 근로제를 전 세계에 확산시킨 데 이어 이번에는 독일이 세계 노동시장에서 선구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지 일간 한델스블라트는 사설에서 “돈보다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게 새로운 신조”라며 28시간 근로제 도입 의미를 평가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독일 최대 금속노조 ‘이게메탈(IG메탈)’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지부와 경영자 단체 ‘남서부 금속경영자연맹’은 6일(현지시간) 6차 협상 끝에 합의안을 발표했다. 노동자가 향후 2년간 주당 근무시간을 현행 35시간에서 28시간까지 줄이도록 선택할 수 있는 안이다. 반대급부로 경영자는 희망자에 한해 사업장 노동자의 최대 절반과 주 40시간 근로계약을 맺을 수 있다. 4월부터 전체 임금 4.3%를 올리는 안도 포함됐다.

합의안은 철강 관련 산업의 중심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노동자 약 90만명에게 일단 적용된다. 이 지역에는 포르쉐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제조사 다임러 등 유명 업체 공장들이 모여 있다. 주 28시간 근로제가 이 지역에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독일 전역의 해당 산업 종사자 390만명 역시 같은 근무조건에서 일할 확률이 높다. 슈피겔은 “(이번 합의가) 독일의 다른 산업 부문에도 신호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합의가 나올 수 있었던 데는 지난해 독일 경제가 기록적인 호황을 보인 덕이 컸다. 호황일 때 파업으로 노사 양쪽 모두 손해를 보느니 노사가 윈윈하는 타협안을 도출한 것이다. 지난해 독일은 유럽 지역 수요 회복으로 2011년 이래 가장 높은 2.2%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실업률은 지난해 8월 기준으로 3.6%를 기록, 1990년 통독 이후 가장 낮았다.

이번 합의는 노동 유연성 관련 노사 합의의 틀을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세계 노동시장에서 새 이정표가 될 수 있다. 다만 노동자가 소득 감소를 감내하고 생활의 여유를 택할 정도의 임금을 확보하지 못한 사회에서는 같은 조건이 적용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독일 노동자들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격차가 적고 기본소득도 어느 정도 확보돼 있다”면서 “국내에서는 다수 노동자가 연장근무로 겨우 생활이 가능한 상황이란 점에서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2+1 청년고용대책 헛바퀴
작년 추경 집행률 36% 불과
올 40배 늘렸지만 효과 의문


정부가 지난해 청년 고용 지원을 위해 편성한 ‘중소기업 청년추가고용장려금(2+1)’의 예산 집행률이 40%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은 물론 정부 내부에서도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올해 관련 예산은 40배 넘게 증액된 상태다.

7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정부가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중소기업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명목으로 책정한 예산은 48억원이다. 만 15∼34세 청년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중소기업이 지원 대상이다. 3명을 고용하면 그중 1명의 임금을 연간 2000만원 한도 내에서 3년간 전액 지원한다.

추경의 특성상 지난해 다 써야 했지만 실제 집행한 금액은 17억2000만원에 그쳤다. 편성된 예산의 35.8%만 사용한 것이다. 기재부는 지난달 26일 일자리 추경의 99.1%를 집행했다며 높은 집행 실적을 자랑했지만 정작 청년 고용에 직결된 예산 사용률은 저조했던 것이다. 지원한 인원도 정부 목표에 한참 못 미쳤다. 당초 900명의 신규 인력을 지원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292명밖에 지원하지 못했다.

저조한 실적의 이면에는 ‘현실’이 있다. 최저임금까지 오르는 판국에 중소기업들이 고용을 대폭 늘리기 힘들다는 게 문제다. 지원받은 기업이 247곳에 머무른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1명 뽑는 것도 어려운데 3명을 뽑아야 1명을 지원하는 제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6월 일자리 추경을 편성한 뒤 “민간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었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올해다. 정부는 2018년도 예산에 중소기업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명목으로 1930억원을 책정했다. 지난해보다 40.2배나 증액됐으며, 지원 대상 인원도 1만5000명으로 16배 이상 늘려 잡았다. 대신 2018년 경제정책 방향 발표 때는 관련 제도 개선 내용을 포함시켰다. 지원 대상 업종을 기존 233개 성장유망 업종에서 100개 이상 추가하고 기업당 최대 3명이던 지원 한도 역시 정원의 30%까지로 늘렸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2+1이 아니라 1+1을 해야 한다고 제안해봤지만 (기재부에서) 통과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