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현재까지 사망자 47명을 포함 총 19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화재 당시 3층 일반병실에는 환자 21명이 입원 치료 중이었고, 이 중 3∼4명을 제외한 18명이 로프나 태권도복 띠로 한쪽 손목이 침대 난간에 결박돼 있었다. 로프나 태권도복 띠는 환자안전을 위해 사용하는 신체보호대를 말한다.
지난 2014년 5월 28일 21명이 사망한 장성 효사랑요양병원 화재 참사 때에도 환자 2명이 신체보호대에 묶인 채로 질식사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시행규칙을 개정해 요양병원에서의 신체보호대 사용 시 준수사항을 마련했고, 같은 달 29일부터 시행했다. 이에 따르면 신체보호대 사용을 위해 의사의 처방이 필수적이고, 사전에 환자나 보호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최소한의 시간 동안만 사용하고 응급상황에서 쉽게 풀거나 자를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요양병원(의료법시행규칙 제36조 제6항)과 정신의료기관(정신건강복지법 제75조) 이외 ‘급성기병원’으로 불리는 일반병원 환자들의 신체 결박과 관련한 신체보호대 사용 시 인권보호 차원의 준수사항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신체보호대 사용은 의료행위가 아닌 신체 구속행위로 당연히 법적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는 환자안전을 명분으로 의사의 판단 하에 신체보호대를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간호나 간병 인력이 부족한 병원에서는 자칫 신체보호대 사용을 남용할 우려가 있어 정부 당국의 관리감독이 요구되지만 지금까지 인권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었다. 이번 화재 참사에서 3층 병실에 유독가스가 차오르는 상황에 소방구급대원들이 침대 난간에 묶인 환자 21명의 로프와 태권도복 띠를 푸는데 상당 시간이 소요됐다. 이로 인해 실제 구조가 지체돼 21명의 환자 전원을 3층 일반병실에서 대피시켰으나 그 과정에서 9명이 질식사했고, 나머지도 유독가스를 마셔 위독한 상태다.
국회는 요양병원과 정신의료기관 이외 일반병원까지 포함해 의료법에 환자 인권보호를 고려한 신체보호대 사용 시 준수사항을 규정하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4년 전 장성 효사랑요양병원 화재 참사 후속 대책으로 요양병원, 정신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일반병원까지 신체보호대 사용 시 준수사항을 지키도록 입법조치를 했다면 이번 세종병원 참사의 사상자수는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안기종의 환자 샤우팅] 인권중심에 둔 신체보호대 사용해야
입력 2018-02-11 17:34 수정 2018-02-12 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