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김영남·김여정 ‘평창 조우’ 이뤄질지 촉각

입력 2018-02-08 05:00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회담한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둘은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북한에 대한 압력을 최대한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는 회담 결과를 발표했다. AP뉴시스

美, 北과 조율된 대화는 부인
펜스 부통령이 현장에서
접촉할 가능성은 배제 안해

도쿄 들른 펜스, 아베와 회담
“강경 대북제재 발표할 것”

미국 정부는 6일(현지시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북한 대표를 만날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북·미 접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에 펜스 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조우할지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펜스 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이미 입장을 밝힌 대로 ‘지켜보겠다(we’ll see)’는 말밖에 더 할 게 없다”며 “앞서 나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켜보겠다는 말이 북한과의 대화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어 “펜스 부통령이 평창에 머무는 동안 북한 사람들과 대화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냐”란 질문에도 “대답은 같다. 지켜보겠다”고만 말했다.

국무부는 북·미 접촉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분명히 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평창올림픽 기간이나 이후에 북한과 만날 계획은 없다”면서 “다만 펜스 부통령이 한국에서 갖게 될 만남에 대해서는 앞서 나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국무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전에 조율된 북·미 대화는 아니지만 펜스 부통령이 현장에서 김 위원장을 조우하는 형식으로 북·미가 접촉할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는다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

틸러슨 장관의 측근은 북·미 접촉에 대한 기대를 좀 더 적극적으로 나타냈다. 틸러슨 장관의 남미 순방을 수행 중인 스티브 골드스타인 국무부 차관은 “단정적으로 어떤 만남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면서 “협상의 기회가 있다면 이슈가 무엇이든 그걸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틸러슨 장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방한에 앞서 7일 도쿄에 들른 펜스 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을 한 뒤 대북 강경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과거에도 북한이 국제행사에서 남북 단일팀으로 참가했지만 8개월 뒤 첫 핵실험을 했다”면서 “북한에 대한 타협은 도발을 부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곧 북한에 대해 매우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베 총리는 “남북 간 대화는 평가하지만 북한의 ‘미소 외교’에 눈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데 펜스 부통령과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