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강진… 건물 4층이 순식간에 1층으로

입력 2018-02-07 18:59 수정 2018-02-07 23:39
강진으로 큰 피해가 난 대만 동부 화롄에서 7일 새벽 소방관들이 무너진 건물 속에 갇힌 이들을 빼내기 위해 사다리차를 동원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지진은 6일 오후 11시50분 화롄현에서 북동쪽으로 22㎞ 떨어진 해상에서 발생해 대만 전역을 흔들었다. AP뉴시스
‘규모 6.0’ 동부 화롄 강타

최소 6명 사망·250여명 부상
한국인도 14명 다쳐

“빌딩 기울자 침대가 수직으로”
저층부 붕괴로 주민 다수 갇혀

“10년 내 더 큰 지진” 경고도


대만 동부 항구도시 화롄에서 6일 밤(현지시간) 발생한 강진으로 최소 6명이 숨지고 250여명이 부상했다. 실종자는 한때 177명으로 집계됐으나 다수 연락이 되거나 구조되면서 수가 계속 줄어들어 7일 오후 5시 30분 현재 88명으로 집계됐다.

7일 대만 중앙기상국은 전날 오후 11시50분쯤 화롄에서 북동쪽으로 22㎞ 떨어진 근해에서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진원 깊이는 10㎞ 정도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화롄과 인근 도시 이란은 진도 7.0의 규모로 흔들렸고, 난터우는 진도 5.0, 타이중은 진도 4.0의 진동이 감지됐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규모 6.4, 진원 깊이 9.5㎞라고 발표했다.

지진으로 화롄 시내의 11층짜리 마셜 호텔과 12층짜리 윈먼추이 빌딩, 6층짜리 바이진솽싱 빌딩, 9층짜리 우쥐우쑤 빌딩 등이 무너지거나 기울어졌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윈먼추이 빌딩에는 저층부에 많은 사람이 갇혀 있어 구조작업이 이곳에 집중되고 있다. 이 건물에는 모두 84가구 213명이 살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마셜 호텔 투숙객 116명을 구출하는 등 구조작업을 신속하게 진행했다. 부상자 가운데 한국인 14명도 포함됐다.

화롄 지역은 건물 붕괴 외에도 도로 곳곳이 갈라지거나 가스관 손상이 잇따랐고 3만5000여 가구의 상수도 공급이 중단됐다. 화롄 인근 고속도로는 낙석 위험으로 폐쇄됐고, 치싱탄대교 등 다리 2곳도 균열이 생겨 통행이 차단됐다.

지진 발생 후 필사의 탈출을 한 생존자의 증언이 잇따랐다. 기울어진 퉁솨이 호텔 5층에서 자다 탈출한 중국인 여행객 쿵모(여)씨는 “당시 복도가 연기로 가득했고, 3∼4층에 이르니 건물 전체가 뒤틀려 내려가는 통로도 막혀 있었다”며 “근처의 다른 계단을 통해 옆 건물 지붕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루치쑨(35)씨는 “윈먼추이 빌딩은 1층 부분의 지반이 붕괴돼 가라앉으면서 순식간에 4층이 1층까지 내려앉았다”고 전했다. 천친웨이(80)씨는 “빌딩 꼭대기층에서 자고 있는데 건물이 기울면서 침대가 완전히 수직으로 세워져 나도 갑자기 서 있는 자세가 됐다”면서 “겨우 기어서 발코니에 나가 구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대만 중앙대학 응용지질연구소 리시티 교수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화롄 일대가 규모 8.0 이상의 강진 ‘100년 주기’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리 교수는 “최근 사흘간 발생한 100여 차례 지진활동은 유라시아판 아래로 필리핀해 판이 들어가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10년 안에 큰 지진이 대만을 강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 100년 전인 1910년과 1920년 이란과 화롄에서 각각 규모 8.0과 8.3의 지진이 발생해 큰 피해가 났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