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용 판결 대단히 잘못” 정면 비판… 현직 판사도 “이해 안돼”

입력 2018-02-07 18:44 수정 2018-02-07 23:41

검찰이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에 대해 “대단히 잘못됐다”며 이례적으로 재판부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현직 부장판사도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는 글을 올리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지난 5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뇌물공여 항소심 판결은 법리상으로나 상식상으로나 대단히 잘못됐다”면서 “반드시 시정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 자격으로 말하고 있지 않다”며 중앙지검 차원의 공식입장이라는 점도 밝혔다. 이 부회장 사건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소해 공소 유지를 맡고 있지만, 윤석열 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 등 중앙지검 지휘부 상당수가 당시 특검에 파견됐던 검사들이다. 3차장 산하 검사들은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사건과 연결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 재판도 담당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항소심 재판부가 다른 판결에선 인정받았던 ‘안종범 수첩’ 등의 증거능력을 뚜렷한 판단 근거 없이 무시해버렸다고 비판했다. 특검이 핵심증거로 제출한 이 수첩에는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와 승계 관련 청탁 내용, 승마 관련 요구 사항 등이 상세히 나와 있다. 그는 “항소심 판결문은 이재용 무죄 선고의 장애가 될 만한 부분은 언급 자체를 회피하고 뇌물을 주기 위해 해외로 가져간 것이니 재산도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상식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또 “백 번 양보해 뇌물공여 36억원에 횡령 36억원만으로도 절대 집행유예가 나올 사안이 아니다”면서 “실형이 선고된 장시호씨나 차은택씨보다 이 부회장이나 장충기 삼성 사장이 책임이 더 가벼운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천지법 김동진 부장판사도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용 판결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한 줄짜리 글을 남겼다. 이 글에는 “깊이 공감한다”는 등 댓글 수십개가 달렸다.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정형식 부장판사는 8일까지 연차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조민영 이가현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