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스피디움, 호의로 주려다
논란 우려해 백지화
초코파이(사진)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복잡한 남북관계의 상징물이 됐다. 북한 응원단 등 276명을 투숙객으로 맞은 인제스피디움 측이 후식과 간식으로 초코파이를 제공하려다 그만둔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인제스피디움 측은 그동안 알려진 북한 주민의 기호를 고려해 초코파이를 준비했다. 하지만 “먹지 않고 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외부의 만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 설립 이후 초코파이는 북한 사회 변화의 주역으로 꼽혔었다.
인제스피디움 측은 애초 북한 예술단 등의 숙박 채비를 하면서 ‘초코파이 후식·간식’을 준비했다. 북한 인사들이 식사를 마친 뒤 나올 후식은 물론 객실에 한 상자씩 비치할 생각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인제스피디움 측 고위 관계자가 직접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제스피디움은 호텔과 콘도 2개 동으로 구성된 4성급 호텔로 당초 북한 예술단과 응원단, 태권도 시범단 등 400여명이 묵을 예정이었다. 예술단이 만경봉호에서 숙식을 해결키로 하면서 276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지난 6일 초코파이 제공은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가 인제스피디움 측에 전달됐다. 우려의 실체는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그대로 가진 채 귀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제스피디움 측은 포장을 하나하나 벗겨 내놓는 방안까지 고려했지만 결국 백지화했다.
초코파이는 남북 관계에서 미묘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북한 근로자들에게 ‘성과 초코파이’(야간근무나 성과에 따라 주는 것)와 ‘간식 초코파이’(하루 2개 고정 지급)를 제공했었다. 성과 초코파이를 10개까지 받아가는 근로자도 있었다. 초코파이는 월 평균 500만개가 북한 사회로 유입됐고, 최고의 간식거리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초코파이는 북한 정권에 골치 아픈 존재다. 2014년 북한 측은 “초코파이 대신 다른 먹을거리를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류길재 당시 통일부 장관은 “초코파이가 북한 내부 장마당으로 들어가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었다.
초코파이는 암시장에서 비싸게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코파이 5개가 북한 근로자의 한 달치 임금과 맞먹는다고 한다.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2009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초코파이 1개가 북한 돈으로 500원인데, 북한 근로자 평균 임금이 2500∼3000원”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 권력층에서 이런 것들을 달가워하기 어려운 형편 아니겠느냐”고 묻자 현인택 당시 통일부 장관은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초코파이는 여전히 ‘북한에 대한 호의’로 여겨진다. 탈북자 단체가 북한에 보내는 물품에 초코파이는 빠지지 않는다. 최근 귀순한 북한 병사가 아주대병원에 입원했을 때 한 제과업체가 초코파이를 선물하기도 했다. 인제스피디움 측은 초코파이 대신 다른 서비스로 북한 인사를 배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제=손재호 김성훈 기자 sayho@kmib.co.kr
[단독] 평창의 ‘초코파이 정치학’… 北응원단 간식 딜레마
입력 2018-02-07 18:31 수정 2018-02-07 2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