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띤 얼굴로 “응원요? 보시면 압네다”

입력 2018-02-07 18:23 수정 2018-02-07 23:35
붉은색 단복을 입은 북한 여성 응원단원들이 7일 강원도 인제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천해성 통일부 차관 주재 환영만찬에서 밝은 얼굴로 박수를 치고 있다. 인제=사진공동취재단

北 응원단 등 280명 방남

응원단장 “이번 올림픽이
제2의 6·15시대 첫걸음 될 것”

北 예술단, 강릉아트센터 방문
무대 시설 점검한 후 리허설

우리측 “잘 준비했다” 덕담에
현송월 “열심히 하겠다” 화답


붉은색 코트를 입고 굽 높은 구두를 신은 여성 단원들은 긴 여정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밝았다. 취재진을 향해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었고, 카메라 세례가 재미있다는 듯 자신들끼리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귀고리 등 장신구를 한 이도 있었고, 어색하게 웃으며 황급히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이도 눈에 띄었다. 시민들이 “우리가 알던 것과 달리 세련된 느낌이다” “선남선녀들이다”고 입을 모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응원과 공연을 담당할 북한 인사들이 7일 강원도에 속속 도착했다.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방남한 북한 응원단과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 280명은 오후 3시19분 인제스피디움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는 북한 응원단 대부분은 20대 여성이었고, 165㎝ 안팎의 비교적 큰 키였다. 긴장한 표정의 단원도 있었지만 대개는 미소 띤 얼굴이었다. 한 여성 단원은 취재진의 질문에 “바빠서 미안합니다”라고 답했다가 얼른 “반갑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한 중년 남성 단원은 취재진 앞에서 왼손을 들고 “우리 민족끼리 올림픽을 성대하게 치릅시다”라고 말했다.

예정보다 늦게 숙소에 도착한 북한 응원단은 짐을 풀기에 앞서 준비된 식사 장소로 이동해 점심을 먹었다. 인제스피디움이 오전부터 차량으로 조달한 음식은 반응이 좋았다. 한 북한 남성 단원은 식사 후 취재진에게 “남조선은 불고기가 기본입니까”라고 말했다. 저녁은 통일부가 주재하는 환영 만찬이었다. ‘참이슬’ 소주와 ‘클라우드’ 맥주, ‘포카칩’과 ‘새우깡’ 등의 과자도 준비됐다. 북한 오영철 응원단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올림픽이 민족 위상을 과시하고 동결된 북남관계를 개선해 제2의 6·15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응원단은 올림픽 기간 인제스피디움에 머물며 북한 선수들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에서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대한민국 선수단 경기에서 남북 공동응원이 펼쳐질지 여부도 관심이다. 한 단원은 “어떤 응원을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보시면 압네다. 지금 다 얘기하면 재미없지 않습니까”라고 답했다.

지난 6일 묵호항에 접안한 만경봉 92호에서는 이날 오전 권혁봉 문화성 국장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을 필두로 한 북한 예술단이 하선, 강릉아트센터를 방문했다. 대형 전세버스에 나눠 타고 온 이들은 악기와 악보를 사임당홀 공연장으로 옮기고 무대 시설을 점검한 뒤 리허설을 진행했다.

북한 예술단은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이 풀렸다. 오전 점검을 마치고 공연장을 나올 때, 현 단장 뒤에서 걷던 여성 단원 5∼6명은 약속한 듯 취재진을 향해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강릉아트센터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 시민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환영합니다”라고 외치자 그쪽에도 손인사를 했다. 현 단장 등 북한 예술단원은 오후에는 편안한 티셔츠와 운동화 차림으로 갈아입고 막바지 공연 준비를 했다.

이들이 8일 진행할 공연은 ‘열린 음악회’처럼 오케스트라 연주와 가창을 혼합한 형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만경봉 92호 선실에서 단원들이 춤을 연습하는 모습이 포착된 만큼 무용 프로그램도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예술단은 강릉아트센터에 머무는 동안 커피머신을 활용해 커피를 내려 마셨다. 우리 측이 “잘 준비했다”고 덕담을 건네자 현 단장은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인제=손재호 김성훈 기자 공동취재단,

강릉=이형민 심우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