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발언 법’에 서명했다. 2차대전 때 폴란드 안에서 벌어진 나치 독일의 잔학 행위에 대해 폴란드인의 책임을 거론하면 내국인, 외국인 가리지 않고 처벌하는 법이다. 폴란드 정부 관계자는 폴란드에 있던 아우슈비츠 등 나치의 강제수용소가 ‘폴란드의 죽음의 수용소’라는 식으로 표현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법은 불편한 역사적 사실을 숨기려는, 무리한 법이라는 비판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차대전 당시 폴란드 내 유대인 20만명이 폴란드인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증거가 넘쳐난다고 전했다. 독일에 가장 먼저 점령당한 폴란드가 전쟁의 피해자인 것은 맞지만 폴란드가 유대인 학살에 일부 가담한 가해자인 것도 맞다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나치 만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폴란드 주장에 반박하려면 ‘예드바브네’라는 한마디만 꺼내면 된다. 1941년 폴란드 동부의 시골마을 예드바브네에서 유대인 학살 사건이 벌어졌다. 폴란드인 주민들이 유대인 주민을 헛간에 몰아넣은 뒤 때리고 찌르고 불태운 사건이다. 폴란드인들은 지켜보던 독일 경찰에게 총을 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해 원시적인 무기만 사용했다. 사망자는 1600명에 달했다. 마을 인구가 3000명 정도였으니 인구 절반이 나머지 절반을 죽인 셈이다.
이 사건을 두고 “나치의 강요로 폴란드 주민들이 어쩔 수 없이 유대인을 살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많은 역사학자들은 폴란드인의 자발적인 학살로 결론 내렸다.
폴란드에선 2015년 우파 민족주의 성향의 법과정의당이 집권했다. 홀로코스트 발언 법안도 이 당이 집권한 직후 발의됐다. 2016년 안나 잘레프스카 교육장관은 예드바브네 학살을 “견해의 문제”라며 사실상 부인했다. 당시 사퇴 요구가 나왔으나 그는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다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반발을 감안해 이 법을 바로 공포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에 검토를 요청했다.
천지우 기자
[월드 히스토리] 폴란드는 나치 학살 피해자?… 예드바브네를 기억하라
입력 2018-02-0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