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 파고드는 맹추위… 평창 개회식 ‘노쇼’ 조짐

입력 2018-02-07 20:40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단단히 무장한 평창군 주민들이 지난 3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모의개막식을 관람한 뒤 출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이날 평창 온도는 영하 10도에 달했다(위 사진). 평창 동계올림픽에 개인자격으로 참가하는 러시아올림픽선수단(OAR)이 6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OAR중 상당수가 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참가국들 방한 대책 분주

대부분의 국가, 개인·종목별로
개회식 참석 여부 자율적 결정
日, 강릉선수촌 입촌식도 포기

러시아 선수들 개회식 대거 불참
노쇼 아닌 ‘도핑’ 부정 반응 때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각국 선수들이 대거 불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4년 마다 한번 열리는 역사적인 올림픽 개회식에서 이들이 ‘노쇼(No Show)’를 검토하는 것은 맹추위 때문이다.

개회식 당일인 오는 9일 체감온도 영하 10도 안팎의 추위가 예상되자 참가국들은 나름의 방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개회식장에 지붕이 없다는 점에서 선수들이 고스란히 찬바람에 노출된다는 걱정이 꾸준히 나온다. 이들이 개회식에 참석했다가 감기라도 걸린다면 경기력에 큰 지장을 받게 된다.

대체로 각국 선수단은 선수 개인, 또는 종목 별로 개회식 참석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분위기다. 우선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자국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7일로 예정됐던 강원도 강릉 선수촌 입촌식을 포기했다. 입촌식은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환영행사로 각국 선수단을 위한 공연이 진행된다. 일본 선수 일부는 개회식에도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매체 ‘데일리스포츠’는 “평창올림픽은 평균 기온이 영하 11도였던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을 넘어서는 ‘극한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AFP도 평창올림픽에 참석하는 일부 선수와 관계자들이 추위 때문에 개회식에 불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터 워델 뉴질랜드 선수단장은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1∼2시간 동안 밖에 있으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며 “뉴질랜드 일부 선수들은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워델 단장은 “주로 개회식날과 경기 날짜가 가까운 선수들이 그렇게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AFP는 한국 대표팀 일부도 경기 일정을 감안해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선수들도 개회식에 대거 불참키로 했다. 다만 이들의 노쇼는 추위 때문이 아니다.

러시아 스포츠 전문지 ‘스포르트 엑스프레스’에 따르면 올림픽 참가가 허용된 러시아 선수 169명 중 절반 정도가 개회식에 불참키로 했다. 러시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자국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으로 약물을 투여해 국가 차원의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박탈당했다. 다만 검증을 거친 선수 개개인은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로 출전이 허용된다.

이 매체는 러시아 선수들이 자국 국기가 아닌 올림픽기를 앞세우고 개회식에 참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관중들의 반응도 이들을 두렵게 한다. 도핑에 부정적인 시민단체 회원들이 러시아 선수들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반러시아 구호를 외치는 등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국가 차원의 출전이 금지된 올림픽에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는 것을 두고 러시아 내에서 “이기적이다” “애국심이 없다”는 식의 비판적 여론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