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찬양사역자로 한길만 걸어온 가족이 있다. ‘예수님의 사랑 알까요’ ‘아빠와의 예배’ ‘주님은 너를 사랑해’ 등 노랫말이 예쁜 찬양곡으로 유명한 작곡가 조환곤(52) 목사 가족이다. 아빠는 노래와 뮤직드라마를 만들고, 엄마와 작은아들은 찬양을 부른다. 큰아들은 다섯 살 때부터 무대 조명기사로 활동했다. 이들 가족이 찬양무대에 선 횟수만 3000여회. 네팔 중국 말레이시아 등 15개국을 다니며 미전도 종족에게 찬양을 가르쳤다. 온 가족이 찬양선교사다.
새해 조 목사는 가족을 ‘해체’하고 전문 찬양선교팀을 꾸렸다. 사역의 범위를 넓혀 더 많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찬양선교팀은 미국 뉴욕과 코네티컷, 니카라과 한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지난 5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에 앞서 조 목사와 아내 김정선(49) 선교사를 만났다. 가족에서 팀 사역으로의 전환, 불편함은 없을까.
“항공권 외에 재정을 따로 걷지 않았습니다. 물론 음반을 팔지도 않을 거고요. 사례비를 요청하지도 않았습니다. 가족으로만 20년 넘게 선교를 해온 것처럼 똑같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가정에 늘 공급하셨거든요. 부족함 없이 채우셨습니다. 팀원들도 그런 하나님을 만나게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조 목사 일행은 9일(현지시간) 뉴욕 대한교회에서 ‘2018 뮤직 드라마 콘서트-영웅들의 시간’을 시작으로 오는 21일까지 미주사역을 마무리하고 22일 중미 니카라과로 건너가 25일까지 찬양 콘서트를 펼친다. 김 선교사는 “하나님의 위로가 있는 이야기, 찬양, 뮤직 드라마를 통해 이민자들의 힘든 삶, 외로움을 보듬을 것”이라고 말했다.
찬양선교팀이 무대에 올리는 뮤직 드라마 ‘영웅들의 시간’은 조 목사의 작품이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으로 선교를 떠났던 분당샘물교회 고 배형규 목사와 23명의 성도들을 모티브로 했다. 배 목사와 심성민 형제의 순교과정을 지켜보던 한 사람이 전도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았는데, 실제 현장에 있었던 성도들의 영상을 볼 수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땅히 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삶을 제3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우리는 스스로 다짐할 것입니다. ‘나만을 위해 살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 남을 생각하는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마음입니다.”
부부는 2013년 김 선교사가 유가종성유선염으로 큰 고통을 겪으면서 사역의 전환점을 맞았다. 수술을 받고 3년 동안 사역을 중단했다.
“자살하는 병이라고 할 정도로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많이 아팠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배농을 할 때면 차라리 죽여 달라고 소리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하나님은 그런 시간을 통해 더 아픈 사람, 병자들을 보게 하셨어요. 마치 더 낮고 소외된 자들을 섬기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 무렵 조 목사 역시 내면과 싸우고 있었다. “그 전까진 몰랐는데, 제가 주님보다 더 좋아하는 것들이 있었더라고요. 축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저는 운동 중독자였어요. 또 미디어 중독자였고요. 아픈 아내를 보면서 그 모든 것을 끊게 됐습니다.”
부부가 아픔을 겪는 동안 두 아들은 전문 연주자 및 사역자로 성장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를 따라 조명기사, 찬양가수, 배우, 스태프로 1인 다역을 감당해온 장남 요한씨는 클라리넷 연주자 겸 찬양사역자로, 차남 성씨는 워십 리더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지난해 팝페라 가수 겸 사역자인 박영섭 교수, 채진권 목사, 이실로 권사, 박찬송씨가 찬양선교팀에 합류했다.
김 선교사는 “내가 힘들고 아파 보니 그런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복음이란 걸 분명히 알게 됐다”며 “부족한 우리가 그 통로이고 싶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열악하다고 해서, 환경에 의해 하나님의 은혜가 좌지우지 돼선 안 된다”며 “언제든 연락만 주시면 달려가겠다”고 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힘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게 복음, 그 통로 되고 싶어”
입력 2018-02-09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