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게 복음, 그 통로 되고 싶어”

입력 2018-02-09 00:01
조환곤 목사(앞줄 가운데)와 아내 김정선 선교사(앞줄 왼쪽) 부부가 지난 5일 인천공항에서 찬양선교팀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정선 선교사 제공
지난달 중국에서 뮤직 드라마 ‘영웅들의 시간’을 공연하는 모습. 김정선 선교사 제공
20여년간 찬양사역자로 한길만 걸어온 가족이 있다. ‘예수님의 사랑 알까요’ ‘아빠와의 예배’ ‘주님은 너를 사랑해’ 등 노랫말이 예쁜 찬양곡으로 유명한 작곡가 조환곤(52) 목사 가족이다. 아빠는 노래와 뮤직드라마를 만들고, 엄마와 작은아들은 찬양을 부른다. 큰아들은 다섯 살 때부터 무대 조명기사로 활동했다. 이들 가족이 찬양무대에 선 횟수만 3000여회. 네팔 중국 말레이시아 등 15개국을 다니며 미전도 종족에게 찬양을 가르쳤다. 온 가족이 찬양선교사다.

새해 조 목사는 가족을 ‘해체’하고 전문 찬양선교팀을 꾸렸다. 사역의 범위를 넓혀 더 많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찬양선교팀은 미국 뉴욕과 코네티컷, 니카라과 한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지난 5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에 앞서 조 목사와 아내 김정선(49) 선교사를 만났다. 가족에서 팀 사역으로의 전환, 불편함은 없을까.

“항공권 외에 재정을 따로 걷지 않았습니다. 물론 음반을 팔지도 않을 거고요. 사례비를 요청하지도 않았습니다. 가족으로만 20년 넘게 선교를 해온 것처럼 똑같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가정에 늘 공급하셨거든요. 부족함 없이 채우셨습니다. 팀원들도 그런 하나님을 만나게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조 목사 일행은 9일(현지시간) 뉴욕 대한교회에서 ‘2018 뮤직 드라마 콘서트-영웅들의 시간’을 시작으로 오는 21일까지 미주사역을 마무리하고 22일 중미 니카라과로 건너가 25일까지 찬양 콘서트를 펼친다. 김 선교사는 “하나님의 위로가 있는 이야기, 찬양, 뮤직 드라마를 통해 이민자들의 힘든 삶, 외로움을 보듬을 것”이라고 말했다.

찬양선교팀이 무대에 올리는 뮤직 드라마 ‘영웅들의 시간’은 조 목사의 작품이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으로 선교를 떠났던 분당샘물교회 고 배형규 목사와 23명의 성도들을 모티브로 했다. 배 목사와 심성민 형제의 순교과정을 지켜보던 한 사람이 전도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았는데, 실제 현장에 있었던 성도들의 영상을 볼 수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땅히 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삶을 제3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우리는 스스로 다짐할 것입니다. ‘나만을 위해 살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 남을 생각하는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마음입니다.”

부부는 2013년 김 선교사가 유가종성유선염으로 큰 고통을 겪으면서 사역의 전환점을 맞았다. 수술을 받고 3년 동안 사역을 중단했다.

“자살하는 병이라고 할 정도로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많이 아팠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배농을 할 때면 차라리 죽여 달라고 소리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하나님은 그런 시간을 통해 더 아픈 사람, 병자들을 보게 하셨어요. 마치 더 낮고 소외된 자들을 섬기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 무렵 조 목사 역시 내면과 싸우고 있었다. “그 전까진 몰랐는데, 제가 주님보다 더 좋아하는 것들이 있었더라고요. 축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저는 운동 중독자였어요. 또 미디어 중독자였고요. 아픈 아내를 보면서 그 모든 것을 끊게 됐습니다.”

부부가 아픔을 겪는 동안 두 아들은 전문 연주자 및 사역자로 성장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를 따라 조명기사, 찬양가수, 배우, 스태프로 1인 다역을 감당해온 장남 요한씨는 클라리넷 연주자 겸 찬양사역자로, 차남 성씨는 워십 리더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지난해 팝페라 가수 겸 사역자인 박영섭 교수, 채진권 목사, 이실로 권사, 박찬송씨가 찬양선교팀에 합류했다.

김 선교사는 “내가 힘들고 아파 보니 그런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복음이란 걸 분명히 알게 됐다”며 “부족한 우리가 그 통로이고 싶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열악하다고 해서, 환경에 의해 하나님의 은혜가 좌지우지 돼선 안 된다”며 “언제든 연락만 주시면 달려가겠다”고 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