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창 오는 김여정…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입력 2018-02-07 17:34 수정 2018-02-07 21:37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 부부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한다고 통일부가 7일 밝혔다. 김여정은 김정은의 여동생이다. 북한에서 말하는 ‘백두혈통’이다. 김정은의 의중을 정확히 알고 있고, 김정은에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얘기할 수 있는 인물이다. 김정은의 친서를 갖고 올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시작된 한반도 위기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평창올림픽을 매개로 시작된 남북의 교류를 북 미 대화의 계기로 삼아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겠다는 구상이 전혀 허황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마냥 기대에 부풀어서는 안 된다. 백두혈통이라는 이유만으로 김여정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될 것이고, 북한은 그 관심을 미국보다 ‘우리끼리’를 강조하는데 이용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북한이 김여정의 방남을 매우 효과적인 선전 도구로 활용하고 끝낼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행동을 보면 이 같은 우려를 근거 없는 막연한 비난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북한은 예술단원을 태우고 내려온 만경봉호에서 사용할 유류 지원을 요청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모두 받아주고 있는 우리 정부의 약점을 또다시 파고든 것이다. 이것이 대북 정유제품 공급을 제한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 당장 위반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인 우리가 국제사회의 약속을 앞장서 어긴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사안이다. 북한은 마식령스키장 남북 공동훈련을 명목으로 북한에서 이륙한 비행기의 미국 내 착륙을 제한한 트럼프 행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의 예외를 인정받았고, 육로를 이용하겠다던 예술단 방남을 갑자기 바닷길로 바꿔 우리 정부의 제재 조치도 뛰어넘었다. 치밀한 계획 아래 단계적으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를 약화시키려는 시도를 관철시키고 있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는 것이다.

이렇기에 김여정의 방남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어렵게 만들어진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지만 우리 정부가 계속 북한에 끌려다니는 것도 곤란하다. 조금씩 신뢰를 쌓는 데 최선을 다하면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