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팀 강릉선수촌 입촌 이모저모
이상화·심석희·최민정 등
선수 60명 목표 달성 결의
사물놀이·비보이 춤판 ‘신명’
날씨 영하 2도로 비교적 포근
‘당신이 흘린 땀 기억합니다’
투숙 801동엔 대형 걸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기온은 영하 2도로 비교적 따뜻했다. 취타대가 힘차게 선율을 뿜어내자 잔잔하던 선수촌이 들썩였다. 한국선수단이 7일 강원도 강릉선수촌에 둥지를 틀었다.
‘빙속 여제’ 이상화(29)와 여자 쇼트트랙 ‘쌍두마차’ 심석희(21), 최민정(20) 등 태극전사들은 취타대와 함께 밝은 표정으로 선수촌 앞 국기광장에 들어섰다.
한복을 차려입은 김기훈 강릉선수촌장은 환하게 웃으며 선수단을 맞았다. 그는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땄었다. 김 촌장은 선수들에게 “내 집처럼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곳에서의 경험과 우정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최고의 기량을 펼쳐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서 태극기가 깃대 꼭대기로 올라가자 선수단의 얼굴에 굳은 결의와 긍지가 떠올랐다. 김 촌장과 김지용 한국선수단장이 기념품을 교환했다. 이어 민요 ‘쾌지나 칭칭나네’의 신나는 가락이 선수촌을 가득 메웠다. 한국선수단은 둥글게 원을 그리고 사물놀이패, 비보이 공연단과 신나는 춤판을 벌이면서 입촌식을 마무리했다. 입촌식에는 각 종목 선수 60여명과 임원 10여명이 참석했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지용 한국 선수단장, 이재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 등은 선전을 기원했다.
독일 전지훈련을 마치고 전날 강릉에 입성했던 이상화는 “부담감을 느끼기보다는 설렌다. 누군가와 싸워 이기겠다는 생각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겠다는 각오로 경기에 나서겠다. 4년 동안 열심히 준비했으니 좋은 결과로 국민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심석희는 ‘폭행 후유증’을 극복한 모습이었다. 웃음을 띠며 자원봉사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그는 “오늘 들었던 애국가를 시상대에서도 듣고 싶다”며 “후회하지 않도록 재미있게 경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의 맏형 곽윤기(29)는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요즘에는 선후배 사이에 벽이 없기 때문에 동생들과 친구처럼 지낸다. 서로 소통이 잘 되니 어려운 것은 없다”고 환하게 웃었다.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 출전하는 민유라(23)-알렉산더 겜린(25)조는 ‘독도 논란’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밝았다. 이들은 이번 시즌 프리스케이팅 음악으로 ‘홀로 아리랑’을 사용한다. 대한빙상연맹은 이 음악의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는 가사가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해 국제빙상연맹(ISU)에 문의한 상황이다. 두 사람은 “쇼트프로그램을 잘 연기해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한 다음 아리랑 선율에 맞춰 좋은 연기를 펼쳐 보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입촌식을 마친 선수들은 자원봉사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낸 뒤에 선수촌 801동으로 돌아갔다. 801동에는 ‘대한민국은 당신이 흘린 땀을 기억합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한국은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역대 최대 규모인 220명의 선수단(선수 145명, 임원 75명)을 파견했다.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를 따내 종합 4위에 오른다는 ‘8-4-8-4’를 목표로 세웠다.
강릉=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평창 눈밭을 금밭으로… ‘8-4-8-4’ 미션 시작됐다
입력 2018-02-07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