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소녀는 늘 수줍어야 한다고? 고정관념 깨고 싶어요”

입력 2018-02-08 05:05
창극 ‘소녀가’의 배우 이소연이 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작품의 원작인 ‘빨간 망토’를 연상시키는 빨간색 코트를 입고 웃고 있다. 그는 1인극에 대해 “새로운 도전이 중요하다”며 “계속 다른 것을 접해야 생각이 열리고 소리도 다양하게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新창극시리즈 ‘소녀가’ 1인 배우로 나서는 이소연

佛 동화 ‘빨간 망토’ 원작
소녀의 욕망 긍정적 묘사
“소리꾼이기도 한 연출가와
서로 통하는 점 많아 편해”


“결국 말하려는 건 ‘소녀는 성(性)을 좋아한다’는 거예요. 소녀는 늘 수줍어야 하고 몰라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요. 소년도 마찬가지예요. 소년은 울면 안 되고 강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부수고 싶어요.”

오는 28일 개막하는 신(新)창극시리즈 ‘소녀가’. 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소녀가의 1인 배우 이소연(34)은 작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신창극시리즈는 국립창극단이 동시대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새로운 시도. 소녀가는 프랑스 구전 동화 ‘빨간 망토’를 모노드라마 형식의 창극으로 풀어놓은 작품으로 국내 첫 공연을 앞뒀다. 소녀가 할머니로 변장한 늑대의 위협에서 기지를 발휘하는 내용이다. 부정적으로 다뤄졌던 소녀의 욕망과 호기심을 긍정적으로 묘사한다.

무대는 한마디로 ‘100% 이소연’이다. 배우는 이소연 한 명뿐. 소녀와 늑대, 할머니, 이야기를 전하는 화자 역할까지 혼자 소화한다. 부담과 기대가 교차할 법하다. “처음에는 ‘어떻게 혼자하지’라고 생각했어요. 창극을 혼자 할 수 있나 의문도 들었죠. 그렇지만 평소 보여줄 수 없는 다양한 인물 사물 동물을 한 무대에서 모두 표현해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요.”

소녀가는 다른 창극이 지닌 문법을 벗어던졌다. 배우가 한 명뿐인데다 외국 동화가 창극의 원작이라는 점도 실험적이다. 너름새(동작)를 넘어 춤사위를 선보이는 점도 파격적이다. 전통 악기만을 쓰지 않고 현대 악기를 적극적으로 쓴다는 점도 색다르다. 이소연은 연주자 고경천(신시사이저), 이준형(고수와 타악), 김정민(베이스 기타)과 함께 무대를 준비한다. “소리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악기의 리듬이지만 맞춰가면서 익숙해졌어요. 도전이 신선하고 재미있고 유쾌해요.”

그의 뒤에는 이자람(39) 연출가가 있다. 이 작품으로 첫 창극 연출에 도전하는 이자람은 극본·작창·작곡·음악감독까지 1인5역을 맡아 이소연의 변신을 전폭 지원한다. 그는 배우·소리꾼·인디밴드 보컬이기도 하다. 이소연은 ‘이래서 이자람, 이자람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배경을 들려줬다. “소리꾼이다 보니 소리꾼의 입장에서 얘기를 잘 들어주고 이해해주세요. 서로 통하는 게 많더라고요. 장면의 사운드를 디자인하고 극대화하는 능력이 탁월하세요.”

이소연은 소리꾼이면서 뮤지컬 배우다. 최근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아리랑’과 ‘서편제’로 여우신인상을 수상했다. 당시 내로라하는 수많은 뮤지컬 배우들 앞에 서서 “소리꾼 이소연”이라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소감을 말하면서 만감이 교차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소리하길 잘 했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응원을 받는 기분이었어요. 쓸쓸한 기분도 들었어요. 소리꾼에겐 수고했다고 하는 축제가 없을까. 뮤지컬에 쏟아지는 관심도 부러웠죠. ‘아리랑’을 할 때 꽂혀 곱씹었던 대사 ‘소리가 뭐기에 여기까지 왔나’가 떠오르면서 지나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어요.” 공연은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만∼3만원.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