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눈 뜨고 살고 있는가” 가족·동료와 나눈 대화·편지

입력 2018-02-08 00:03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인생의 아름다움과 신앙의 본질을 깨우쳐준다. 눈을 뜨고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눈을 감고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책은 저자가 아내와 딸, 동료, 청년들과 나눈 12편의 대화와 11편의 편지로 구성됐다.

예수님은 만나는 모든 사람을 아끼셨다. 그가 보여준 삶의 핵심은 ‘아낌’이다. 저자는 아낌은 우리가 가야 할 곳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사람을 아끼는 것이 참삶의 시작일 겁니다. 특히 세상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채 뒤처진 사람들, 자기 목소리를 갖지 못한 이들, 무방비로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을 아낄 줄 모른다면 우리는 결코 참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315쪽)

고통을 나누는 능력이 곧 인간됨의 깊이다. 저자는 주님의 손길이 머무는 곳마다 생명의 파랑 바람이 일었던 것처럼 우리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우리의 눈길이 미치는 곳마다 생명의 신바람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거짓 종교의 특징인 망각의 전략을 사용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왜곡된 기억의 주입이라고 경고한다. “나는 지금 우리가 감당해야 할 역사적 소명은 ‘망실된 기억의 복원’과 ‘왜곡된 기억의 바로잡음’이라고 생각해. 그 시절을 몸으로 살아냈던 이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기 전에 그들이 몸에 새겨진 아픈 기억들을 되살려내는 것은 한풀이의 기능이 아니라 오늘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 될 거야.”(158쪽)

일상은 우리를 넘어뜨리는 걸림돌일 수도 있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디딤돌일 수도 있다. 일상에서 건져 올리는 행복이 중요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주고받는 사소한 눈짓, 몸짓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명멸하는 불빛입니다. 그 불빛들이 모여 생을 이루는 것이겠지요.”(275쪽)

깊은 성찰에서 나온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인식의 지평에 떠오른 낯선 광휘’처럼 어둠을 밝히는 빛과 마주하게 된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