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출소한 총수들처럼?… 이재용 행보 어디로

입력 2018-02-07 05:00
김승연·최태원·이재현 회장
공격경영 동시에 체질개선 나서

李, M&A 등 투자 재개 관측
확정판결 前이라 몸 낮출 수도

과거 수감생활을 했던 대기업 총수들은 집행유예나 사면으로 출소한 이후 얼마 안 있어 굵직굵직한 결단을 내려 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4년 2월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후 삼성그룹의 방산·화학 부문을 인수하는 ‘빅딜’을 추진해 성사시켰다. 같은 해 말 주력 사업인 태양광 사업체 한화솔라원과 큐셀의 합병도 승인했다.

201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출소 사흘 만에 SK그룹 확대 경영회의에서 SK하이닉스에 4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LG실트론 인수를 결정한 데 이어 우여곡절 끝에 도시바 지분 투자도 마무리지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6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뒤 ‘월드베스트 CJ’를 새 비전으로 제시하고, 최근엔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을 결정하는 등 과감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대기업 총수들의 출소 이후 행보를 감안할 때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도 밀린 의사결정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수감 전까지 하만 인수 등 여러 건의 인수·합병(M&A)과 투자를 결정했던 이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M&A 등 투자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2021년까지 평택 1라인 증설에 30조원을 투자키로 결정한 만큼 2라인 투자 결정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대한상의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스피드 경영을 위해 좀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아직 확정판결을 받기 전이어서 최대한 몸을 낮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례로 집행유예 기간인 김승연 회장의 경우 주요 결정을 내리긴 하지만 공식적인 행사에 모습을 잘 나타내지 않고 있다. 집행유예 판결로 2021년 이후에야 등기임원을 맡을 수 있는 상황에서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럽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항소심 판결 이후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 등의 반발이 적지 않아 조심스러운 행보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