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업무 80% 자치경찰에 이관해야”

입력 2018-02-07 05:00

정부가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을 천명하고 내년부터 자치경찰제를 전면 실시하겠다고 로드맵을 밝힌 가운데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자치경찰제 모델을 제시했다.

지방경찰청 이하 모든 경찰조직(경찰서·파출소 포함)을 광역자치단체로 이관하는 게 핵심이다. 현행 경찰 업무 중 정보, 보안, 외사, 광역적 수사 등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자치경찰이 담당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정책학회는 서울시의 용역을 받아 지난해 8월부터 4개월에 걸쳐 연구한 ‘서울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모델(안)’을 6일 서울시청에서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서울시 모델은 현재 경찰청 산하의 지방경찰청을 전국 광역시·도로 이관하고,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자치경찰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시의회와 시장 등이 추천한 자로 구성하며 합의제 기관으로 운영한다.

또 자치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모든 경찰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국가경찰은 국가안보, 국제범죄, 전국적 사건 등을 예외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도경찰청장과 시·군·구 경찰서장에 대한 인사는 자치경찰위원회에서 3배수로 후보자를 추천하고 시·도지사가 임명한다. 이와 함께 자치경찰의 신분은 지방공무원으로 하고, 자치경찰제 재정은 기존 경찰에 배정됐던 국가예산을 특별회계, 교부금 등의 방식으로 자치경찰에 이관하도록 했다.

서울시 모델에는 자치경찰시민회의에서 마련한 서울시 자치경찰 8대 기본원칙과 두 차례 여론조사, 시민포럼, 토론회 등에서 논의된 내용도 반영됐다. 서울시는 이번에 발표된 모델을 서울시 자치경찰제 안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 모델을 바탕으로 전국 17개 광역·시도와 함께 자치경찰제 단일 안을 도출해낼 계획이며, 이를 정부에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모델은 현행 경찰 업무의 80% 가량을 자치경찰에 이관하라고 요구하는 것이어서 경찰 입장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해 12월 “자치경찰 수사권 이양은 40% 수준이 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발표회에서 “자치경찰제 도입은 경찰권을 누가 가지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경찰권이 어디로 가는 게 시민들의 안전과 행복에 도움이 되는가를 기준으로 따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경찰이 수사권의 40%를 자치경찰에 넘기겠다는 것에 대해선 “경찰이기주의”이며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