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 앞에 당당하다”는 파리테러범… 희생자 앞에선?

입력 2018-02-07 05:05

체포됐던 벨기에서 첫 재판

“하고 싶은 대로 하라. 난 알라 앞에 당당하다.” 약 2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테러범은 뉘우치는 기색이 없었다.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대규모 살상극의 주인공치고는 덤덤한 태도였다. 재판장의 거듭되는 질문에도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그의 입은 더 열리지 않았다.

2015년 11월 130명을 살해한 파리 테러 용의자 중 유일한 생존자 살라 압데슬람(28)이 5일(현지시간)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대법원에 출석했다. 압데슬람의 모습이 법정에서 공개된 건 2016년 3월 벨기에 몰렌베이크의 자택 근처에서 체포된 뒤 처음이다. 재판은 8일까지 나흘간 진행된다.

이날 압데슬람은 벨기에에서 체포되는 과정 중 경찰병력과 대치하며 살해를 시도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당시 총격전으로 경관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압데슬람의 도주를 도왔던 튀니지 국적의 여성 소피안느 아얄리(24)도 같이 출석했다. 벨기에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법정최고형인 징역 20년형을 구형했다. 파리 테러 재판은 내년에야 프랑스 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압데슬람은 “날 심판하라. 네가 두렵지 않다”고 재판장에게 쏘아붙인 뒤 “침묵으로 변호하겠다”며 입을 열지 않았다. 머리칼과 수염이 길게 자란 채였으나 본인의 요청으로 얼굴 촬영은 허용되지 않았다. 압데슬람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무죄추정의 원칙 없이 강압적인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경찰은 압데슬람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 새벽부터 특급 호송작전을 펼쳤다. 가디언은 압데슬람이 수감 중인 프랑스 칼레의 본당르비에 감옥에서 경찰특공대 병력에 둘러싸인 채 오전 3시30분부터 오전 4시 사이에 출발한 뒤 국경을 넘어 벨기에 브뤼셀의 법정까지 호송됐다고 전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나흘간 압데슬람은 매일 이 과정을 거친다.

재판은 삼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압데슬람 옆에는 복면을 한 경찰특공대 2명이 좌우에 선 채 자살시도 등에 대비했다. 재판에 앞서 폭발물 탐지견들이 현장수색을 마쳤으며 방청객들 역시 몸수색을 거쳤다. 재판 중에는 경찰병력 약 200명이 동원돼 법원 청사를 경호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