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내리고도 이통3사 호실적… 정부 “보편요금 도입 여력”

입력 2018-02-07 05:01

요금 내린 작년 4분기 매출↑
정부 “추가 인하 가능”
이통사 “IPTV 성과 덕분
무선 매출 벌써 타격… 감당못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가 당초 예상과 달리 지난해 정부의 통신요금 절감 정책에도 무난한 실적을 올렸다. 이를 두고 ‘보편요금제 도입’ 등 통신비 인하 정책을 두고 대립했던 정부와 이통사의 해석이 엇갈렸다.

정부는 “이통사가 월 2만원대 보편요금제를 도입할 여력이 있다는 뜻”이라고 봤다. 반면 이통사는 “이동통신 매출만 떼어 보면 이미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의 타격이 시작됐다”며 “보편요금제까지 감당하긴 어렵다”고 맞섰다.

KT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 23조3873억원, 영업이익 1조3757억원을 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 매출은 2016년 대비 2.8% 올라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2013년 23조8560억원 수준까지 회복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5G 시범서비스에 대규모 일회성 비용을 쓴 탓에 4.5% 떨어졌다. 영업이익만 보면 ‘어닝 쇼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SK텔레콤도 5일 지난해 매출이 역대 최대 규모인 17조52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1조5366억원)은 2016년보다 0.1% 늘면서 4년 만에 감소세를 벗어났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일 지난해 매출이 2016년보다 7.2% 증가한 12조2794억원, 영업이익은 4.2% 늘어난 8263억원이라고 밝혔다. 둘 다 역대 최대다.

정부는 이통 3사가 지난해 하반기 본격화된 통신요금 절감 정책에도 선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선택약정 할인율 상승 효과가 반영된 4분기에도 이통 3사 모두 매출 규모가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실적이 나쁘게 나왔어도 정부는 이통사의 통신요금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며 “보편요금제 도입은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이통사에 데이터 1GB와 음성 통화 200분을 제공하는 월 2만원대 보편요금제를 연내 도입하라고 압박해 왔다.

반면 이통 3사는 유선사업을 뺀 무선사업 부문만 보면 이미 매출 타격이 시작됐다고 반박했다. 선택약정 할인율이 올라 가입자당 평균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다만 이통사는 선택약정 할인율이 인상돼 무선사업 매출에 얼마만큼 손실을 입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아울러 이통사들은 지난해 기록한 호실적은 이통사들이 가입자 수를 늘리고 IPTV와 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 부문에서 성과를 낸 덕이라고 분석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더 벌 수 있었는데 덜 번 것”이라며 “여기에 보편요금제까지 도입되면 신산업은 물론이고 5G 투자를 늘릴 기반이 사라진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