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내께(나에게) 전화기 다 있어. 무례하기 짝이 없잖아!”
6일 오전 강릉선수촌에서 북한 관계자 2명이 자원봉사자에게 다급히 차량 탑승 문의를 했다. 흰색 외투에 빨간색 하의의 트레이닝복 차림인 이들은 기자가 접근해 “아이스아레나(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 가느냐”고 묻자 서로 눈치를 보더니 답을 하지 않았다. “일정이 공지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공지는 됐다”고 답했다.
기자가 버스를 안내하려 하자 중년의 북한 관계자 1명이 별안간 “내께 전화기 있어, 이거 단추 누르면 다 나와!”라고 외치며 호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는 “이거 당신네 전화기 맞지”라며 전화기를 보여줬다. 그가 가진 기종은 삼성 로고가 새겨진 ‘폴더폰’이었다. 열린 폴더 화면 아래쪽으로 흰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연락관’이라 적은 견출지가 드러났다.
전화기를 보여준 북한 선수단 관계자는 “내 다 안데도, 걱정하지 말라!”고 기자의 도움을 거부했다. “버스를 타려는 것이냐”고 묻자 “내가 무슨 일하든 왜 꼬치꼬치 물어” “헛소리하지 마라, 무례하기 짝이 없잖아. 당신한테 보고하나?”라며 위협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헤어질 때까지 그는 줄곧 반말로 일관했다.
‘연락관’이 적힌 휴대전화는 우리 정부가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이 상호 입장을 전달할 때 연락관을 통해 한다”며 “북측도 통신을 써야하기 때문에 편의제공 차원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북제재 차원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기계를 완전히 넘겨주지는 않는다. 이 관계자는 “임대를 했다가 회수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릉=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단독] 삼성 휴대폰 쓰는 선수촌 北관계자… 로고 새겨진 폴더폰
입력 2018-02-06 19:22 수정 2018-02-06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