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北 상대 ‘샅바잡기’ 시작?
③ ‘한국 힘 실어주기’ 해석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미국이 보이는 초강경 대북 스탠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북 대화 국면이 조성되자마자 미국이 강경자세로 돌아선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우선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로 북·미 대화 가능성이 거론되자 미국 내 보수 세력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북핵 협상을 염두에 둔 미 행정부의 전략적 포석이자 한국 정부의 대북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고위급 대표단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방한 후 천안함 추모비를 참배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최근 탈북자 8명과 간담회를 가졌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북한 인권을 언급했다. 일련의 행동들은 국제사회에 북한 정권의 포악함을 알리고 반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청와대는 평창올림픽 기간 북·미 접촉을 타진했지만 미국은 사실상 이를 거절했다.
미국의 강경 자세는 일단 미국 내 보수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6일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확정되면서 대북 대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그동안 잠잠했던 미국 내 보수정치세력이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박사가 “트럼프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전략에 차이점이 없다”고 비판하는 등 미국 보수층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에드윈 퓰러 헤리티지 재단 이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권 인수위원이었고, 클링너 박사는 차기 주한 미국대사로도 거론된다. 보수진영은 대북 접촉이 가시화되자 강경 대응을 주문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수용했다는 의미다.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샅바잡기’를 시작했다는 관측도 있다. 한·미 양국은 남북 대화가 본격화되면 북한의 핵동결·폐기 협상도 시도할 전망이다. 이를 앞두고 미국이 저자세로 나설 경우 협상력을 상실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이 핵문제에 대한 태도 변화가 없다면 평창올림픽은 1회성 행사에 끝날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북 제재와 압박을 풀 수 없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전략적 포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강경한 자세가 남북 대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가 미국의 강경책을 지렛대 삼아 북한을 핵협상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방카 트럼프가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키로 한 것도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신뢰를 나타낸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평창올림픽 기간 중 북·미 접촉이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미국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한을 상대로는 추가 도발 시 판이 깨질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한다면 모든 게 끝난다. 이전하고는 다른 위험한 상황으로 갈 수가 있다”며 “더 이상은 우리 정부도 인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대북 초강경 美, 3가지 분석… ①미국 내 보수여론 의식
입력 2018-02-0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