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외고 폐지 방침, 강남 8학군 집값만 올려놨다

입력 2018-02-07 05:04

압구정 5.4% 치솟아
대치·잠원도 4%대


문재인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고 폐지를 추진하면서 ‘강남 8학군(서울 강남구·서초구)’ 일대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자사고와 특목고 덕에 서울 전역으로 분산됐던 맹모(孟母) 수요가 강남과 서초로 다시 몰리면서 매매가와 전세가가 폭등하는 모양새다.

6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강남구 압구정동의 평균 매매가는 3.3㎡당 5442만원에 그쳤다. 그러나 정부의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신입생 우선선발권 폐지 내용이 발표된 같은 달 26일 이후 현재 5735만원까지 올랐다. 5.4% 상승한 것이다.

강남 8학군에 해당하는 잠원동(4.5%)과 대치동(4.3%), 개포동(4.2%) 등의 3.3㎡당 평균 매매가도 4%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3.3㎡당 매매가 평균 상승률은 1.9%에 그쳤다. 휘문고 세화고 현대고 중동고 세화여고 등의 자사고뿐 아니라 단대부고 서울고 중산고 등의 명문 일반고 인근 단지도 인기다. 서울 강남구 대치아이파크 전용면적 59㎡는 지난해 11월 12억3000만∼12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14억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숙명여고·중앙사대부속고 등이 가까운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5㎡의 경우 지난해 10월에 비해 1억원 가까이 오른 15억9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세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치동 ‘대치삼성’ 전용 97㎡ 전세는 지난해 11월 초 10억8000만원이었지만 최근 12억원까지 뛰었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은 “자사고와 외고가 폐지되면 학군을 고려하는 부모들이 강남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분명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강남·서초의 빌라와 다세대 주택을 중심으로 집 구하기 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결국 강남 집값을 잡으려면 교육제도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KAB부동산연구원장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교육 인프라 개선까지 함께 추진해야 강남 수요가 분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