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가 정치권 외압으로 축소 처리됐다는 현직 검사의 폭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파행으로 이어지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사건을 담당했던 안미현 춘천지검 검사가 지난 4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 당시 검찰 수뇌부의 부당한 개입으로 수사가 축소됐고 핵심 피의자 불구속 기소로 사건이 종결됐다고 폭로했다. 또 수사선상에 오른 유력 정치인들과 고검장 등의 이름이 등장하는 증거목록을 삭제해 달라는 압력을 상관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받았고 여기에는 외압이 작용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검찰에 대한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춘천지검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사건 처리나 의사 결정과 관련해 외압은 없었다고 밝혔고 안 검사의 변호인이 6일 반박하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외압 행사의 중심인물로 거론된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도 안 검사의 주장을 부인하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사안은 상명하복의 조직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는 검찰에서 현직 검사가 수뇌부의 실명을 거론하며 주장한 것이어서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외압을 행사한 정치인으로 국회 법사위원장과 사법개혁특별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시 춘천지검장은 물론 검찰총장이 개입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진상을 철저히 가리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검이 6일 별도의 수사단을 편성해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본격 수사하겠다고 나섰는데 검찰의 명운이 달려 있다는 각오로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 수사단은 춘천지검에서 진행해 온 채용비리 사건 일체를 넘겨받아 수사하고 과거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정치권과 검찰 고위 인사의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에 일체 보고 없이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종결되면 외부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검증을 받겠다고도 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엄중함을 직시해야 한다. 셀프 수사라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불신이 있다는 걸 겸허히 받아들여 채용비리와 정치권 외압은 물론 검찰 내부의 외압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진상 규명은 물론이고 외압에 편승해 공정한 수사를 가로막은 정치검사가 있다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단죄해야 추락한 신뢰를 회복할 길이 열릴 수 있다. 조직 보호에 급급해 내부 비리 규명에 소극적이었던 전철을 되풀이하다가는 더 큰 위기를 맞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안 검사의 폭로가 진흙탕 정치 싸움으로 변질되는 건 경계해야 한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이날 오전 권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법사위 전체회의를 보이콧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의 진상 규명 과정을 지켜 본 뒤 미진할 경우 국정조사나 특검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
[사설] 강원랜드 수사 외압 진상 낱낱이 밝혀야
입력 2018-02-06 18:13 수정 2018-02-06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