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영접 영생 복락”… 낯선 문구, 전도 걸림돌

입력 2018-02-07 00:03
비신자·불신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로 가득한 전도지들. ‘로또’ 복권에 전도 문구를 삽입한 전도지(가운데)는 교회에 나오면 물질의 축복을 받을 수 있다는 암시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DB

이지언(38)씨는 지난해 서울 명동을 지나다 전도지를 받았다. 평소 기독교에 관심이 많던 이씨였지만 전도지에 적힌 문구를 보고 갸우뚱했다. ‘예수님을 영접하고 영생 복락을 누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씨는 뜻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전도지 때문에 오히려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다. 그는 “불교방송에서 ‘극락왕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와 비슷한 이질감을 느꼈다”며 아쉬워했다.

신앙 없는 이들을 위한 복음전파 용도로 제작되는 전도지가 어려운 용어 때문에 ‘문화 장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도지가 오히려 전도의 장애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의용 국민대 교수는 6일 “전도지의 목적은 불신자와의 의사소통에 있다”면서 “기획단계에서부터 상대방의 입장에서 제작해야 하지만 대개 만드는 사람의 의견이 반영돼 수준이 높아지고 결국 전도지의 목적을 상실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도지에는 ‘예수님은 그리스도이고 세상을 구원할 구세주’라는 내용만 담으면 되는데 요즘 전도지는 교회를 소개하는 종합 안내서가 됐다”고 꼬집었다.

전도지가 교회 종합 안내서로 전락하면 본래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불신자보다는 ‘신자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이웃 교회 교인들이 전도지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전도지들은 교회 소개와 시설 안내, 담임목사 소개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이는 교회를 옮기려는 기존 신자들에게 ‘수평 이동’ 안내서로 활용되는 실정이다.

기독교 문화 전문가들은 ‘어려운 말 불감증’이 전도지에까지 반영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김택환 온맘닷컴 대표는 “한국교회가 사용하는 성경은 1998년 번역된 개역개정판이지만 이는 1911년 번역된 구역(舊易)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옛날 말들이 많다”면서 “비신자, 불신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이를 최대한 풀어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