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경고 사법부 제압 조치
大法서 야권 정치인 석방 결정하자
대법원장 등 대법관 2명 체포
우리 정부 “수도 말레섬 방문 자제”
한국인 신혼여행객도 많이 찾는 인도양 섬나라 몰디브에서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전직 대통령과 대법관 등이 체포·구금됐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6일 전했다. 우리 정부는 몰디브 방문 자제와 현지에서의 정치적 언행 주의를 당부했다.
압둘라 야민 몰디브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부터 15일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정치범 석방 명령과 대통령 탄핵 경고를 내린 사법부를 제압하기 위한 조치다. 야민 대통령은 6일 TV 연설에서 국가비상사태는 쿠데타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지난 1일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모하메디 나시드 전 대통령 등 야권 정치인 9명에 대한 재판에 정치적 의도와 결함이 있다며 석방을 지시했다. 정부가 따르지 않겠다고 못 박자 대법원은 “대통령 탄핵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부는 법원 명령을 이행하겠다고 한 경찰청장을 해임하고 군에 대통령 탄핵 시도를 저지하도록 명령했다. 비상사태 선포로 군경은 영장 없이 수색·압수·체포·구금을 하거나 공개 집회를 금지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은 대법원 청사를 장악하고 압둘라 사이드 대법원장 등 대법관 2명을 체포했다. 야권과 손을 잡은 마우문 압둘 가윰 전 대통령은 정부 전복 시도 등의 혐의로 자택에 억류됐다. 가윰은 온라인 영상에서 지지자들에게 “(정부가) 체포영장 발부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강경하게 저항해 달라”고 촉구했다.
해외 도피 후 스리랑카에 체류 중인 나시드 전 대통령은 6일 트위터를 통해 “가윰 전 대통령 등 수감된 정치범과 판사들을 석방하기 위해 인도가 군대와 함께 특사를 파견해 달라”며 “야민 대통령을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미국은 몰디브 국민 편”이라며 “몰디브 정부와 군대는 법과 표현의 자유, 민주적 제도를 존중해야 한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몰디브는 26개 산호초와 1192개 섬으로 이뤄진 세계적 휴양지로 관광이 주 수입원이다.
우리 외교부는 6일 “몰디브에 거주하거나 체류 예정인 국민은 수도 말레섬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신혼여행지’ 몰디브 비상사태 선포… “현지서 정치언행 자제를”
입력 2018-02-06 19:15 수정 2018-02-06 2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