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빌딩 시세 60% 뛸 때 공시지가는 7.9% ‘찔끔’

입력 2018-02-07 05:05



‘비주거용’ 세금 증가 속도
시세 못따라가 형평성 ‘구멍’
비쌀수록 부담 ↓ ‘기현상’
전문가들 “현실화해야” 주장

다주택자만 보유세 강화 땐
투기 수요 ‘비주거’로 튈 수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A빌딩은 전형적인 ‘꼬마빌딩’이다. 이 건물은 지난해 9월 24억원에 팔렸다. 2014년 5월 매매가격(15억원)과 비교하면 3년 사이에 9억원 올랐다. 같은 기간 건물 소유주가 내야 할 보유세는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 비주거용 부동산에 보유세를 매길 때 기준이 되는 개별공시지가가 거의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2014년 ㎡당 1048만원이던 이 건물의 개별공시지가는 지난해 1131만원으로 올랐다. 건물 가격이 60% 뛰는 동안 공시지가는 7.9% 오르는 데 그친 것이다.

A빌딩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에 매기는 세금의 증가속도가 시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과세 형평성에 구멍이 생기고 있다. 토지와 건축물을 합산해 과세표준을 정하는 주택과 달리 비주거용 부동산의 보유세는 토지에 따로, 건축물에 따로 과세한다. 건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토지와 건축물에 부과되는 세금은 약 65대 35 비율을 보인다. 이 때문에 토지 보유세 기준이 되는 개별공시지가가 시세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가 비주거용 부동산의 ‘보유세 형평성’을 가늠하는 척도다.

6일 한국감정원 KAB부동산연구원의 ‘실거래가격 분석을 통한 비주거용 부동산의 과세형평성 연구’에 따르면 2014년 실제 거래된 비주거용 부동산 4만7670건의 개별공시지가가 실거래가를 반영한 비율은 68.6%에 불과했다. 납세 능력에 상응하는 과세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공정시장가액비율 70%를 곱해서 과세표준 기준을 잡기 때문에 실제 세금 부담은 줄어든다.

더 큰 문제는 보유세의 역진적 불평등이다. 강원대 홍원철 박사의 ‘과세평가 수직적 형평성에 관한 연구’를 보면 서울에서 2008∼2013년 거래된 비주거용 부동산 19만1142건 가운데 ㎡당 실거래 가격이 300만원 이하인 경우 과세평가율(실거래가에 대한 과세표준 비율)은 82.9%였다. 반면 ㎡당 5000만원을 넘는 비거주용 부동산의 과세평가율은 34.7%에 그쳤다. 시세가 비쌀수록 세금 부담은 낮아지는 기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이런 점을 반영해 전문가들은 개별공시지가의 현실화를 주장한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현재 정부의 보유세 인상 논의가 주택에만 한정되고 있는데 이는 옳지 않다”며 “비주거용 건물의 보유세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만을 표적으로 보유세 강화 정책을 펴면 투기 수요가 ‘꼬마빌딩’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으로 쏠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비거주용 부동산의 보유세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거센 조세저항이 예상된다. 보유세 외에도 각종 부담금과 양도·취득세, 임대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까지 지금도 부담해야 할 세금이 적지 않다는 불만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방세연구원 박상수 연구위원은 “비거주용 부동산의 보유세 현실화 정책이 필요하지만 늘어난 세 부담이 상가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부작용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jukebox@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