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 안팎의 한파가 며칠째 계속되는데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사 앞에는 천막농성이 한창이다. 성동조선해양 노조가 지난해 말부터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에 회생대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것이다. 7일에는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창원에서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 등 중형 조선소 회생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집회를 연다. 수년째 조선업 불황으로 회사가 고사 상태에 놓였는데 국민 혈세로 연명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친노동 정부가 들어서면서 조선업 구조조정 원칙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STX조선과 성동조선은 지난해 11월 EY한영회계법인이 작성한 1차 컨설팅 보고서에서 청산하는 것이 존속하는 것보다 낫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말 “금융 논리로만 결정하지 않고 산업 측면의 영향을 보겠다”며 다시 컨설팅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아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낸다면 다시 조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정부는 삼정KPMG회계법인의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이들 회사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과 조선업 회생대책을 발표한다. 정책 당국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선종 특화와 인적 구조조정 등으로 두 회사를 회생시키는 방안에 무게가 실렸다고 한다.
대규모 실직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을 감안하면 조선업 구조조정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성동조선은 2010년부터 채권단과 자율협약으로 혈세를 받아 연명하고 있고, 지난해 7월 법정관리를 종결한 STX조선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STX조선과 성동조선에는 수년에 걸쳐 각각 4조5000억원, 2조6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이들 회사는 새로운 일감이 없어 조선소가 텅 비어 있고, 대부분 직원들이 휴직 중이다. 두 회사 모두 추가 자금 지원이 없으면 올해를 넘기기 힘들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한계기업을 정치논리에 휘둘려 마냥 끌어안고 가겠다는 것은 무책임하다. 천수답처럼 조선업 시황이 개선되기만을 기다리며 밑 빠진 독에 계속 혈세를 퍼부을 수는 없다. 조선업 구조조정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원칙대로 밀고 나가는 게 순리다.
[사설] 조선업 구조조정, 선거에 흔들려선 안 된다
입력 2018-02-06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