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차은영] 왜 집값이 오르는가

입력 2018-02-06 18:14

지난해 6월 19일 정부는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인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서울 전 지역의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고 LTV와 DTI를 10% 포인트씩 상향 조정하는 것이었다. 서울의 집값이 계속 오름세를 보이자 8월 2일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방안’이라는 훨씬 강력해진 두 번째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서울 전 지역 투기과열지구 지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청약 관련 규제와 세금 등을 골자로 한 패키지 대책이었다.

그 이후로도 9.5 추가대책,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11.3 후속대책, 12.13 임대사업 활성방안 등 매달 부동산 대책을 쏟아 내놓고 있지만 서울지역 그중에서도 강남 주요지역 주택가격의 오름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정지역은 자고 나면 오르는 폭등세를 보이면서 거래가 아예 실종돼 버렸다.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아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격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극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규제라는 강력한 몽둥이를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니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모두 숨어버린 꼴이다.

주택은 인간생활의 기본 요건에 해당된다. 어떤 형태로든 기거하는 공간은 모든 이에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가 폭등하는 주택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를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잘못된 대응책 때문에 주택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고 있다.

주택은 투자재이면서 동시에 소비내구재이다. 다른 상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주택에 투자하는 것이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면 자원이 주택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학군이 좋고 교통, 문화시설을 비롯한 근린시설이 다양하고 편리하게 설계돼 있다면 그 지역에 살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일반적으로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므로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다면 고가의 주택시장이 형성되고 공급에 비해 수요가 적다면 저가의 주택시장이 형성되게 된다.

정부의 대응책이 작동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부동산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간주하고 시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시장을 이긴 규제는 없다. 잠깐은 규제로 인해 움츠러들 수 있지만 결국 시장의 승리로 끝난다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바 있다.

시장은 시장논리로밖에 다스려지지 않는다. 강남의 집값을 잡고 싶다면 강남에 주택 공급을 파격적으로 늘리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쏟아지는 물량에도 불구하고 가격오름세를 지속할 수 있는 시장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부활, 재건축 연한의 재검토, 양도세의 증가 등은 강남의 주택 공급을 감소시켜 가격 상승에 일조하게 된다. 차라리 고층 재건축에 대한 조건을 완화시켜 공급을 늘리면 지금처럼 매물이 자취를 감춰 부르는 게 값이 되는 판매자시장(seller’s market)은 적어도 벗어날 수 있다. 새로운 공공택지를 개발하는 것보다는 강남 재건축을 통한 공급증가가 훨씬 효과적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서 주택 물량을 늘린다지만 강남권 주택만은 마지막까지 내놓지 않는다면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결과만 초래하게 된다.

한국에서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을 말하라고 하면 대부분 학군을 언급할 것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자립형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폐지한 것은 강남권의 소위 8학군으로 불리는 지역의 주택 수요를 폭발시켜 집값 상승에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가 됐다. 참여정부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현 부동산대책은 시장 친화적으로 제고돼야 한다. 결과적으로 역대 정부 중 가장 큰 자본이득을 강남권에 안겨준 정부였다는 것을 상기하기 바란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