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北, 올림픽 성공 의지 반영”
면담 시기는 아직 안 정해져
펜스와 북·미 회담은 불투명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남북 최고위급 인사의 만남이 성사될 전망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북측 고위급 대표단장인 김영남(사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메시지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김 상임위원장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간의 북·미 고위급 접촉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청와대는 김 상임위원장을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보내겠다는 북측 통보에 환영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일 “김 상임위원장 방남은 남북 관계 개선과 올림픽 성공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반영됐다”며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따뜻하고 정중히 맞을 것이며 남북 고위급 당국자 간 대화 등 다양한 소통 기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또는 구두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관계 개선과 평창올림픽 성공 기원 메시지와 함께 3차 남북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깜짝 제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북측 고위급 인사를 매개로 남북 정상이 간접 소통하는 것은 2009년 김기남 당시 노동당 비서가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 조문을 위해 방남한 이후 9년 만이다. 정부는 함께 방남하는 고위급 대표단 단원 3명과도 별도의 당국자 접촉을 열어 남북관계 현안 전반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의 회동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우선 9일 올림픽 개회식 전에 열리는 문 대통령 주재 공식 리셉션에서 첫 만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상임위원장이 11일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공연을 관람하기 전 청와대를 방문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는 문 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 간 회동 형식을 두고 북측과 협의에 들어갔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와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김 상임위원장의 방남이 펜스 부통령과의 북·미 대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으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과 비핵화의 선순환을 이뤄내겠다는 문재인정부의 구상은 빛이 바랜다. 9일 열리는 리셉션에는 김 상임위원장과 펜스 부통령 모두 참석할 전망이다. 정부는 두 사람이 우연한 접촉이라도 갖기를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권력 서열 2위인 김 상임위원장을 보낸 것은 펜스 부통령과 격을 맞추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김 상임위원장의 평소 역할을 고려할 때 그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대화할 만한 재량권을 갖고 내려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 역시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북·미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사람이 만나는 게 정부의 소망이라고는 해도 두 사람 의지에 반해 무엇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간접적으로 노력할 수는 있으나 직접적으로 만남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성은 강준구 기자 jse130801@kmib.co.kr
文대통령 만나는 김영남… ‘김정은 메시지’ 과연 뭘까
입력 2018-02-0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