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평창 마이웨이… ‘대북 강경 메시지’ 전달에 주력

입력 2018-02-06 21:08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AP뉴시스

美와 北 ‘서열 2인자 조우’ 극적 장면 가능할까

펜스, 천안함 추모관 먼저 방문
웜비어 부모와 개막식 함께 참석
韓·美·日 대북 공조 논의에 초점
김영남과 악수 가능성 거의 없어
美, 남북 대화→ 제재 완화 우려

한국과 대북해법 균열 봉합 과제


적대 관계인 미국과 북한의 공식 서열 2인자들이 나란히 평창 동계올림픽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낸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9일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남북이 단일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은 개막식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미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눈앞에 둔 북한과 제한적 대북 선제타격(코피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미국의 지도자가 평화의 제전에 자리를 같이하는 것만으로도 한반도 긴장 완화를 연출하는 상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이 평창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거나 대화하는 극적인 장면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이미 국무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펜스 부통령이 방한 중 북한 대표단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 정부는 올림픽을 계기로 북·미 대화가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조우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미국 측은 펜스 부통령과 북측 인사들 간의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할 만큼 접촉하는 걸 꺼리고 있다.

백악관이 4일(현지시간) 공개한 펜스 부통령 순방 일정을 보면 미국이 평창에서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펜스 부통령은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 면담한 뒤 곧바로 워싱턴DC를 출발해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북부사령부의 탄도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점검한다. 미 본토로 날아오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태세를 갖췄다는 걸 과시하려는 것이다. 이후 2박3일간 방일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대북 공조를 재확인할 방침이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하면 평창보다 천안함 추모관을 먼저 찾을 계획이다. 북한의 도발을 상기시키려는 것이다. 특히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부모가 펜스 부통령의 초대 손님으로 올림픽 개막식에 함께 참석한다.

개막식 뒤에는 문재인 대통령, 아베 총리와 별도 회동을 갖고 한·미·일 3국 공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시종일관 대북 강경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펜스 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들이다.

그의 측근은 “펜스 부통령은 북한이 올림픽에서 하는 모든 행동은 그들이 가장 폭압적인 전제정권임을 은폐하기 위한 위장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킬 것”이라며 “기회가 닿을 때마다 북한 주민들이 노예처럼 탄압받는 실체를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나아가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미 관계가 틀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대화 제안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한 미국대사관도 외교부를 통해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올림픽이 끝나도 남북 대화가 이어지길 바라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남북 대화가 제재 완화와 경제적 지원으로 귀결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평창올림픽 이후에 한·미가 헤쳐 나가야 할 시험대가 많다”며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WP의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도 “펜스 부통령의 가장 어려운 임무는 대북 해법을 놓고 한·미 간 균열을 좁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