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vs “억측·추정” 1심 6개월·2심 5개월 공방

입력 2018-02-05 18:22 수정 2018-02-06 00:0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둔 5일 오전 삼성전자 직원들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특검수사부터 석방까지

2차 영장 7시간30여분 설전
삼성 총수 일가 첫 구치소행
기일마다 법정 방청석 꽉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은 기소 전후 1년 이상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부회장은 두 차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출석했고, 삼성 총수 일가 중 처음으로 구치소 생활을 하는 신세가 됐다. 이후 353일간의 수감 생활 끝에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석방됐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생중계에서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15일 전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참고인 조사는 받았지만 피의자 선상에는 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부회장은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재단에)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입술보호제를 바르는 그의 모습이 화제가 됐다.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탈퇴하겠다” 등 강도 높은 개혁안도 내놨지만 의혹은 더욱 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월 16일 ‘정유라 승마지원’ 뇌물공여 등 혐의로 특검팀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삼성을 피해자로 본 기존 검찰 수사를 뒤집는 결론이었다. 법원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19일 새벽 영장을 기각했다.

박 특검은 이날 아침 6시30분부터 대책 회의를 열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권 등 증거를 보강해 한 달여 뒤 2차 영장을 청구했다. 7시간30여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이 부회장은 결국 구속됐다. 박 특검은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 5명을 그해 2월 28일 재판에 넘겼다.

178일간 진행된 이 부회장의 1심 재판은 기일마다 법정에 발 디딜 틈을 찾기 어려웠다. 삼성 관계자와 취재진,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 등이 50∼150석 규모의 법정을 가득 메웠다. 특검 측은 “전형적 정경유착”이란 논리를 폈고 이 부회장 측은 “억측만 가득하다”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7일 결심공판에서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국민 노후자금에 손해를 끼치면서 욕심냈다는 건 너무 심한 오해”라며 눈물을 흘렸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재판을 마친 박 특검에게 물병을 던졌다. 1심 재판부는 같은 달 25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도 5개월가량 소요됐다. 지난해 12월엔 최순실씨가 증인으로 나와 “말을 공부한 검사가 나오라”며 특검과 신경전을 벌였다. 최 전 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부친상과 모친상을 당했다. 이들도 이 부회장과 함께 석방됐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