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마케도니아 國名도 허락 못해” 그리스 정부 협상 소식에 14만명 거리로

입력 2018-02-05 19:43
마케도니아 정부와의 국명 협상에 반대하는 그리스 시위대가 4일(현지시간) 수도 아테네 국회 앞 신태그마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AP뉴시스
알렉산더 대왕의 나라 마케도니아는 수십년 만에 제 이름을 찾을 수 있을까. 국명 인정 여부로 갈등을 겪어온 마케도니아와 인접국 그리스가 국명 협상 타결을 앞두고 그리스 내부의 격렬한 반대에 맞닥뜨렸다. 거리로 나선 그리스 국민들은 정부가 마케도니아의 국명을 인정할 경우 향후 영토를 빼앗길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BBC방송은 4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정부와 마케도니아 간 국명 협상에 반대하는 인파 14만명이 ‘마케도니아는 그리스 땅’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해관계가 직접 얽힌 그리스 북부 중심도시 테살로니키에서도 지난달 21일 약 9만명이 알렉산더 대왕 동상 주변에 운집해 시위를 벌였다.

마케도니아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했으나 그리스의 반대로 국명을 완전히 인정받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마케도니아’라고 불린 지역에 현 그리스 북부가 포함돼 있어 국명 인정 시 마케도니아가 향후 그리스 북부에 대해 영토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마케도니아는 잠정적으로 ‘구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 공화국(FYROM)’을 국명으로 써 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에도 기존 회원국인 그리스 반대로 여태 가입하지 못했다. 그리스에서는 여전히 마케도니아를 그 수도 이름을 따 ‘스코페(Skopje)’로 부른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양국 간 갈등을 풀기 위해 최근 유엔 중재하에 마케도니아와 국명 협상에 적극 나섰다. ‘뉴 마케도니아’나 ‘북 마케도니아’ 등으로 마케도니아가 국명에 포함되는 걸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파 야권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반발이 일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 사태는 치프라스 정권의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 집권당 시리자의 연정 파트너인 그리스독립당이 국명 협상 반대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또 국명 협상에서 그리스 대표단을 이끄는 니코스 코치아스 외무장관이 살해 협박에 시달릴 정도로 여론도 악화돼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설문조사에서 그리스 국민 59%가 국명 협상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