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집사’ 김백준, 돈 수수부터 사용까지 구체적 진술

입력 2018-02-05 19:01 수정 2018-02-05 23:33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 수수 혐의로 구속된 김백준(왼쪽)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
檢 ‘MB 국정원 특활비 수수 주도’ 판단 배경

MB, 김성호에게 상납 요구
기조실장 거쳐 김백준에게
원세훈 때도 같은 방식 전달

檢, MB 혐의 입증에 자신감
사찰 무마용 5000만원 등
또 다른 혐의 추가 여지도


검찰은 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기소하면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받아내고 쓰는 과정을 모두 이 전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도 하기 전 범죄 행위의 ‘몸통’으로 적시할 수 있는 것은 최측근인 김 전 기획관의 결정적 진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방패막이가 돼 주던 ‘문고리 3인방’ 측근들이 무너지면서 빠져나갈 수 없게 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사건과 비슷한 흐름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김성호 당시 국정원장에게 특활비 상납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세훈 전 원장시절인 2010년에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기획관에게 “국정원에서 돈이 올 것이니 받아 두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이 아니면 드러나기 힘든 정황이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이 전 대통령의 가신과도 같았던 김 전 기획관이 단독으로 국정원 돈을 불법적으로 수수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윗선 여부를 집중 조사해 왔다. 금품 수수 사실 자체를 부인했던 김 전 기획관은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과 예산관 등을 통해 특활비 전달 과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수수 과정 등을 털어놓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 시절 국정원 특활비 수수 사건 수사 때도 검찰은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통해 특활비 수수 정황을 먼저 파악, 이를 바탕으로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최측근들의 진술을 이끌어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혐의를 입증하는 데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애매한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을 공소장에 적시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기획관을 국정원 특활비 수수의 공범도 아닌 방조범으로 판단한 것도 모든 것의 중심에 이 전 대통령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 다른 측근인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했다고 진술한 미화 10만 달러, 구속기소된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민간인 사찰 폭로 무마용으로 전달한 5000만원 등 국정원 특활비 관련 다른 수사에서 이 전 대통령 혐의가 추가될 여지도 크다.

이 전 대통령 실소유 문제가 걸려 있는 다스(DAS) 횡령 사건과 다스 투자금 반환 개입 사건 수사도 최근 다스 ‘비밀 창고’에서 청와대 문건이 발견되며 속도가 붙고 있다. 다스 자회사인 홍은프레닝 자금이 2008년 법인 계좌를 통해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다스 자회사들로부터 빠져나간 자금이 이 전 대통령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놓고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국정원·군 사이버사 정치관여 의혹 수사도 진행 중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