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랗게 질린 증시… ‘유동성 잔치’ 끝나나

입력 2018-02-05 18:26 수정 2018-02-05 21:30
5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마감지수가 전일 대비 33.64포인트 하락한 2491.75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주가지수는 물론 채권가치와 원화가치가 모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벌어졌다. 뉴시스
미국發 국채 금리 상승 바람에
주식 등 오름세 끝날까 우려
주가·원화·채권 트리플 약세

코스피 33.64P 급락 2491.75
코스닥도 41.25P ‘곤두박질’
하락 폭 2007년 8월 이후 최대


미국에서 불어온 ‘장기국채 금리 상승’ 바람에 한국 증시가 새파랗게 질렸다. 주식 등 위험자산 오름세가 끝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시장을 장악했다. 코스닥지수 낙폭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여파가 전 세계로 퍼지던 2007년 8월 이후 가장 컸다. 한국 금융시장에선 주가와 원화가치, 채권가치가 모두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빚어졌다.

금융투자업계는 급락세는 비교적 단기간에 진정될 것으로 내다본다. 글로벌 경기의 회복세가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유동성 잔치’ 기대감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섣부른 매수를 자제해야 한다는 반박이 만만찮다.

코스피지수는 5일 33.64포인트(1.33%) 내린 2491.75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41.25포인트(4.59%) 하락한 858.22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의 낙폭은 2007년 8월 16일의 77.85포인트 하락 이후 최대고, 하락률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된 2016년 6월 24일의 4.76% 급락 이후 가장 컸다.

외국인의 차익실현이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4544억원, 코스닥에서 2224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저가 매수세 유입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됐다는 소식에 1만1000원 오른 239만6000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다만 코스피의 하락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2.55% 급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하락했다.

증시 급락 배경에는 글로벌 증시의 고점 논란과 미국 장기국채 금리 상승이 포개져 있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3% 포인트 올랐다. 가파른 상승세다. 특히 지난 2일(현지시간) 금리가 장중에 2.8%를 넘기면서 심리적 저항선인 3%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달 고용지표에서 임금상승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높은 임금상승률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불러올 수 있고, 금리인상 압력으로 작용한다.

금융투자업계는 ‘시장의 과민 반응’ ‘채권 금리 급등에 따른 현기증’이라고 본다. NH투자증권 오태동 연구원은 “약세장에는 경기 둔화 등의 신호가 있어야 하는데, 경기 상황은 아직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투자증권 변준호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쉼 없이 올랐기 때문에 단기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하락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질 가능성은 시장에 큰 부담이다. 시장에선 미국이 올해 기준금리를 4차례 올릴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까지 나온다. 한국 증시 상승세를 뒷받침했던 원화가치 강세 흐름도 약세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8.8원 오른 1088.5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오름세로 돌아서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자금을 달러로 바꿀 때 입을 손실을 우려해 한국시장에서 투자자금을 뺄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 강재현 연구원은 “지금까지 달러화 약세로 증시가 단기간 급격하게 오른 건 사실”이라며 “당장은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