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구속된 지 353일 만에 석방됐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 삼성 임원들도 함께 풀려났다. 리더십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던 삼성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원심과 달랐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최고권력자와 측근들에게 뇌물을 준 전형적인 정경유착 사건이라는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여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을 강하게 꾸짖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 때문에 뇌물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했다.
선고 결과가 알려지기 무섭게 곳곳에서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 석방이 부당하다는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가 법리와 증거에 따라 내린 판결인 만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항소심 선고에 이르기까지 재판 과정을 살펴보면 특검이 공소장을 수차례 변경하는 등 일관된 법 적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다.
명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묵시적 청탁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인 1심 선고 이후에는 형사재판의 엄격한 증거주의가 희석됐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감정을 앞세운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 사실관계는 항소심에서 확정됐을지라도 이번 사건처럼 법 적용의 타당성을 다투는 경우라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차분하게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검과 검찰은 판결문을 세밀하게 검토해 박 전 대통령 등에게 무리한 법적용을 한 것은 없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번 사건을 대통령이 삼성 경영진을 겁박해 측근의 사익을 추구한 것으로 정리했지만 이 부회장의 잘못이 전혀 없다고 본 것은 결코 아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뇌물공여 사실을 치밀하게 은폐했다는 점도 판결문에 적시했다. 이 부회장과 삼성 임원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구태의연한 정경유착은 아니더라도 총수 가족이 최소한의 주식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를 앞장서 바꾸는 것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의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설] 353일 만에 석방된 이재용… 결과 겸허히 받아들여야
입력 2018-02-05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