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권 내부에서 ‘교회 오빠’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여권 내 비주류들이 청와대와 정부의 주류를 비판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말이다. “전형적인 교회 오빠 스타일” “교회 오빠처럼 점잖게 해서 일이 잘 되겠는가”라는 식의 말들이 오간다. 교회 오빠라는 말은 표준어는 아니다. 모범생이나 바른생활 사나이와 비슷하긴 한데,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약간의 비아냥, 약간의 부러움이 복합적으로 포함돼 있다. 일반적으로 교회 오빠는 말끔한 외모, 예의 바른 언행, 피아노와 노래 실력까지 갖추고 운동과 공부도 잘하는 별종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종 모임에서 여학생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인기도 많은 특별한 사람들이다. 여학생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남학생들에게는 공공의 적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나쁜 것은 아닌데 정이 가지 않는, 뭔지 모르게 질투 나는 사람들이다.
일부 여권 인사들이 청와대 참모들과 정권 핵심 인사들을 교회 오빠라고 부르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 듯하다. 우선 약간의 질투심이 있다. 정권을 잡기 위해 많은 사람이 많은 일을 했다. 다들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일부이고, 이들이 인기까지 많은 ‘교회 오빠’라는 탄식이다. 조금 억울하고 본전 생각이 나는 이들도 있는 듯하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문재인정부 개혁에 대한 걱정도 포함돼 있다. 정부의 여러 개혁 정책들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우려다. 정부의 개혁 정책이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가 핵심 참모들과 장관들이 너무 무르고 모범생이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문재인정부 핵심 참모들은 조금 더 독해야 하고, 손에 피와 오물을 묻히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여권 내 일부 세력의 주문인 셈이다.
질투심이나 시기심과 별개로, 개혁 속도론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부분이 적지 않다. 사실 교회 오빠들도 억울한 대목이 많다. 이 정부의 국정 운영은 과거 정부와는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현 정권 참모들이 하는 말과 지시, 조치들은 모든 것이 녹음되고 기록된다고 봐야 한다. 박근혜정부와 이명박정부에서 진행됐던 여러 일들이 엄밀한 법의 잣대로 수사 받고 처벌되는 상황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관행이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는 이제 변명에 불과하다. 모든 것이 법의 잣대로 처벌받을 수밖에 없다. 현 정부 핵심 참모들은 이제 자신들의 행동과 발언을 정권이 바뀌고 10년이 지난 뒤에도 언제든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독하고 과감하게 전광석화처럼 개혁을 추진하기 힘든 구조가 돼 버렸다.
딜레마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제대로 바꾸라는 국민적 요구는 높은데, 진도는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강성 지지자들은 더 속도를 높이라고, 반대파들은 이쯤에서 그만두라는 상반된 요구를 하는 상황이다. 정권을 잡았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어떤 현안이든 해결 과정에서는 이해당사자들이 격렬히 반발하고, 법적 제도적 정비에는 수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가야 할 길은 먼 데 벌써 취임 1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요즘 문 대통령의 질책이 많아졌다. 올들어 장·차관급 고위 공무원들을 공개적으로 세 차례나 질책했다.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질책도 꽤 자주 있다는 후문이다. 지금 각 정부부처와 위원회에는 “빨리 실적을 발표하라”는 청와대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청년 일자리 해결, 최저임금 문제, 대입제도 개선, 안전 대책, 검찰 개혁, 노사정 대타협과 같은 정책들은 1∼2년 안에 실적이 나오기 쉽지 않다. 대통령이 큰 그림을 제시하면 참모들은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는 게 상식적이다. 때로는 “그건 어렵습니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어야 한다. 참모들마저 당위론이나 명분론에 매몰돼서는 곤란하다. 교회 오빠들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도영 정치부장 dynam@kmib.co.kr
[돋을새김-남도영] ‘교회 오빠’들의 분발 기대한다
입력 2018-02-05 18:07 수정 2018-02-05 1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