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설국에서 평화의 눈꽃을 피워라

입력 2018-02-06 00:00

얼마 전 교계 지도자들이 모여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하는데 내게 축시를 요청해 왔다. 시를 구상하면서 이번 올림픽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겪은 여러 가지 어려움과 사연, 평화의 제전을 향한 염원을 시어로 담고 싶었다. 그때 쓴 ‘설원 위에 새겨질 평화의 대서사시여’란 시의 일부를 소개한다.

‘어둠에 쌓인 밤의 적요를 깨우며 달려왔던/ 저 동방의 눈부신 새벽기차여/ 수많은 곡절과 난관 속에서도 불굴의 투혼으로/ 눈 덮인 산과 골짜기를 넘어/ 하얀 서리 내려앉은 은빛 빙판 위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역사를 새긴 아름다운 설원의 궤적이여/ 이제, 평창 동계올림픽이여/ 꿈과 희망의 설국열차가 되어 달려가거라/ 저 녹슨 휴전선을 넘어 평화의 눈꽃을 피워라/ 남북을 넘어 전 세계가 하나 된 열정으로/ 미움과 증오의 말폭탄을 그치고/ 화해와 사랑의 아리아를 부르게 하여라/ 그리하여,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는 동토가 아닌/ 화해의 꽃을 내미는 평화의 설원 위에서/ 전 세계인이 손에 손을 잡고 축제의 춤을 추게 하여라.’

평창 동계올림픽은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조금이나마 녹여주고 소통의 물꼬를 트게 하며 대한민국에 효자 노릇을 할 것이다. 물론 개막식 남북한 공동입장과 한반도기 사용, 남북 단일팀 문제 등을 탐탁지 않게 보는 여론도 있다. 물론 그런 주장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북이 대화하고 화해의 길을 열어 가는 것이다. 치열한 전쟁 중에도 배후에서 대화를 하거늘 하물며 세계인의 평화 축제인 올림픽을 앞두고 대화하고 화해의 물길을 여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작은 대화와 화해가 축적될 때 마침내 통일의 꽃길이 열리지 않겠는가. 우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라에서 백두까지 설원의 땅을 달리는 평화의 설국열차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첫째, 설국열차에 탄 승객들부터 화목하도록 해야 한다. 분명 이번 올림픽은 평화의 설국열차를 달리게 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열차에 탄 승객들이 목표와 방향은 같은데 그 안에서 옥신각신하며 서로를 적폐 대상으로 여기며 싸우면 어떻게 되겠는가.

소설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자베르 경감의 모습처럼 정의도 지나치면 잔인함이 될 수 있다. 참 정의를 앞세우지 않고 시대가 만들어낸 정의, 증오가 서려 있는 보복적 정의를 앞세우면 끊임없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성경에서 말하는 정의는 인애와 진리가 만나고 정의와 화평이 입 맞추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열매는 화평이다(시 85:10, 사 32:17).

둘째, 여전히 한국교회가 애국애민의 역할을 해야 한다. 조선 땅에 온 선교사들은 교회도 세웠지만 병원과 학교를 세우며 민족계몽운동에 앞장섰다. 3·1운동의 영적·정신적 동기가 되었으며 자유대한민국 건국의 선도자요 건국 후 유사정부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선진화를 이뤘고 세계 주요 4대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한국교회도 어느새 물량·세속주의에 편승하며 종교적 카르텔을 형성했고 사회적 지탄과 공격을 받게 됐다. 그러므로 이제 다시 애국애민의 초심으로 돌아가 한반도에 설국의 평화열차가 달리도록 하는 영적 터보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시대와 사회에 희망과 도전, 야성을 심어줘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공무원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공무원 열풍이 불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몰리면서 400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시험을 준비하는 데만 약 5조원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공무원을 해야 할 사람은 꼭 해야 한다. 그러나 미래를 위해 국부를 축적하고 경제·문화적 영토를 넓히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 도전하고 시장에서 꿈을 캐는 개척정신이 있어야 한다.

이런 때에 독수리가 높이 날기 위해 털갈이를 하는 것처럼 한국교회가 먼저 새로워지고 끊임없는 도전과 희망, 야성을 외쳐야 한다. 오는 9일 평창 동계올림픽의 설국열차가 출발한다. 한국교회가 국론 화합에 앞장서며 힘을 모아 은빛 설국의 땅에서 평화의 눈꽃을 피우자.

소강석(새에덴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