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경기도 부천 부흥로 인근 좁은 골목길을 걷는 이성화(64·부천 서문교회) 목사와 사모 이인영(65)씨의 표정엔 설렘이 가득했다.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15분여 걸어 도착한 곳은 임종곤(63) 안수집사와 박이숙(58) 권사 부부가 살고 있는 다가구 주택이었다.
"집사님, 이사하고 나서 첫 심방이지요? 동장군 기세가 대단한데 이 가정은 신앙이 뜨거워서인지 온기가 가득하네요."(이 목사)
"목사님과 사모님이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기도해주신 덕분이죠. 이게 '단골 심방집' 프리미엄 아니겠습니까. 하하하."(임 집사)
예배는 찬송가 한 장, 성경 봉독과 짧은 설교가 전부인 단출한 구성이었지만 마지막 순서인 가정을 위한 기도는 단순하지 않았다. 이 목사의 기도는 간이식 수술 후 호전되고 있는 임 집사의 건강에 대한 감사, 다음 달 세상에 태어날 둘째 손녀 콩콩이(태명)의 순산 등 집안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일을 꼼꼼하게 보듬고 나서야 "아멘"으로 끝맺었다.
박 권사는 "간경화가 심해져 10번 넘게 피를 토하며 의사에게 '사형 선고'와 다름없는 진단을 받았을 때, 절망을 딛고 우여곡절 끝에 남편에게 간을 이식했을 때 등 서문교회와 함께한 지난 16년은 기도가 우리 가정을 붙들어 준 순간으로 가득하다"고 회고했다. 임 집사는 "처음 6년 동안은 인천에서 왕복 3시간 걸리는 거리를 오가며 새벽기도를 다녔다"며 "매일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채비를 해야 했지만 기도와 복음을 나누는 공동체가 주는 기쁨은 피곤함을 잠재워줬다"고 덧붙였다.
현관에서부터 활짝 핀 웃음꽃은 시들 줄 몰랐다. 이 목사 부부는 임 집사가 손수 만든 수정과를 마시며 오랜만에 친동생 내외를 만난 듯 이야기꽃을 피웠다. 사모 이씨는 "지금은 성도들이 늘어나고 목사님이 감당해야 할 역할도 많아져 횟수가 줄었지만 한창 심방이 많았을 땐 하루 10가정을 찾아가기도 했다"며 "심방하면서 성도들과 식구처럼 대화한 시간만큼 예배당에서 주고받는 영성의 깊이도 깊어진다"고 설명했다.
예배의 소중함 잃지 않는 공동체
서문교회는 지역 내에서 열정적인 예배와 기도, 셀 모임을 통한 연합이 강점으로 손꼽히는 교회다. 올해 창립 34주년을 맞은 교회는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도 놀라운 성장사를 써왔다. 1984년 10월 3일. 당시 총신대 신학대학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 목사가 자신의 집에서 가정예배 드리던 청년 2명과 함께 부천 심곡동의 상가건물 한 공간을 임차해 예배드린 게 서문교회의 시작이었다.
"예배 순서를 알릴 작은 타종과 헌금 바구니를 8000원에 구입한 게 개척비용의 전부였습니다. 작고 미약한 시작이었지만 예배를 향한 열정만큼은 하나님께 부끄럽지 않았죠."
교회는 성도 3500여명, 그중 어린이·청소년 성도가 1000여명 모이는 탄탄한 신앙공동체로 성장했다. 이 목사는 '예배의 소중함을 잃지 않는 것'이 신앙공동체를 지키고 나아가 부흥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했다. 많은 교회들이 일요일 저녁예배를 오후예배로 전환하거나 폐지하고 있지만 서문교회의 일요일 저녁은 34년 동안 단 한 번도 예배의 문이 닫힌 적이 없다.
이 목사는 "사람의 편의대로 예배시간을 조정하는 건 성도들이 주일성수 대신 세상적 유희에 눈 돌리게 하는 지름길"이라며 "저녁예배 참여가 익숙해지면 주일 낮 시간에 교사모임 시간을 확보하기 쉽고 이는 곧 교회학교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초대교회 작은 예배 에너지 셀 모임에 이식
150여개의 셀 모임은 서문교회의 목회 지향점이 성도 개인에게 뿌리내리고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어 내는 핵심요소다. 매주 수요일 담임 목회자가 교육자 셀 모임에서 공유한 메시지가 셀 리더와 셀 구성원들에게 확산되는 방식이다. 이 목사는 '4W'를 통해 성도들이 자연스럽게 복음과 삶을 나누게 된다고 했다.
"환영(Welcome)하며 일상을 소개하고 함께 찬양(Worship)하며 기쁨을 얻고 하나의 말씀(Word)으로 성경과 삶을 나눈 뒤 사역(Work)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날도 교회 곳곳에선 성도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4W'를 구현하고 있었다. 이 목사는 "초대교회의 작은 예배엔 복음이 흩어지고 나눠지는 에너지가 있었다"며 "소그룹에서 샘솟는 예배를 향한 열정이 한국교회의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한번 지핀 기도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이 목사는 서문교회 목회의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을 '기도'로 꼽았다. 특히 새벽을 깨우는 기도는 그가 삶을 통해 체험한 은혜를 성도들과 공유하는 접점이다. 어린 시절부터 앓았던 폐결핵 때문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청년 이성화가 첫 은혜를 경험한 것도 20세 때 교회 새벽 종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해 항의하러 교회를 찾으면서부터였다.
생애 첫 40일 새벽기도는 하나님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고 군 시절 결핵이 재발해 국군마산병원에 입원했을 땐 새벽기도를 통해 치유를 간구하며 목회자의 길을 서원했다.
이 목사는 "새 성전 건축 후 재정적 어려움으로 위기를 겪을 때도 성도들과 함께한 40일 금식기도가 해결의 실마리가 됐다"며 "육체적으로 힘들 때가 있지만 '새벽기도를 포기하는 것을 포기하자'고 결단하자 오히려 성도들도 더 열심을 냈다"고 말했다.
▒ 서문교회 다음세대 양육 DNA
영아부부터 고등부까지 각각 마련된 공간서 마음껏 뛰어놀며 교육
이성화 목사와 함께 둘러본 서문교회 교육관은 각 공간이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으로 설계돼 있었다. 수요자는 곧 다음세대 성도들이다. 유치부와 초등부실 정면엔 은은한 간접조명이 십자가를 비추고 그 주변엔 밤하늘의 별이 십자가를 따라 움직이듯 시시각각 켜지고 꺼지길 반복했다. 작은 강당을 연상시키는 예배당 바닥엔 경기장을 표시한 듯 형형색색의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이 목사는 “영아부부터 고등부까지 부서별로 마련된 공간을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교육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교회학교 감소에 대한 우려가 끊이질 않지만 결국 다음세대 신앙 전수를 위해선 통계에 매몰돼 걱정만 할 게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3년 전 지하 2층 지상 8층짜리 교육관을 건축했다. 성장세를 유지하는 교회라도 웬만한 예배당 본관 건물 규모의 교육관을 다음세대 신앙교육만을 위해 짓는 것은 쉬운 결단이 아니다. 1985년 개원해 어린이 부흥의 원천이 된 서문선교원, 지역 내 0∼3세 영아들의 인성·감성 계발을 위해 2011년부터 매년 4월과 9월 운영하는 아기학교 등은 다음세대 양육을 우선시해 온 ‘서문 DNA’의 또 다른 결과물이다.
“묘목의 가지를 바로잡아 주는 건 어렵지 않지만 큰 나무의 경우는 매우 힘든 일입니다. 다음세대 신앙교육은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왕따 문제, 청소년기 우울증과 범죄 문제도 신앙을 바탕으로 한 건강한 교육이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우리 아이들이 차세대 훌륭한 일꾼으로 성장하는 걸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교회를 찾아오는 젊은 성도들을 만날 땐 함박웃음이 지어지고요(웃음).”
부천=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환영-찬양-말씀-사역의 ‘4W’ 통해 복음과 삶 나눈다
입력 2018-02-06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