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누리당 공천 전횡
“이한구 앉혀라” 직접 지시
최경환·윤상현 행동대 역할
檢 “관련 진술 충분히 확보”
최순실 개입설은 규명 안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이한구 의원을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에 앉히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 후보 공천 및 배제, 공천 룰 논의 등 옛 여당의 총선 후보자 선정 전 과정이 청와대의 기획·하명에 따라 진행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박 전 대통령이 ‘비박계 공천학살’의 몸통이었다는 사실도 수사를 통해 재확인됐다.
4일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박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부정선거운동) 혐의 공소장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은 ‘친박세력 확대를 통한 당 주도권 장악’을 목표로 4·13 총선에 불법 개입했다.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대통령 뜻을 당에 전하는 창구였고, 친박 실세 최경환 윤상현 의원이 이를 관철하는 행동대 역할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월 현 전 수석을 불러 이 의원이 당 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되게 하라고 명령했다. 현 전 수석은 신동철 당시 정무비서관과 함께 최·윤 의원을 정기적으로 만나 대통령 지시사항을 공유하고 공천관리위 구성 문제 등을 논의했다. 협의 내용은 모두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 진술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 무렵 현 전 수석과 이 위원장의 호텔 극비 회동설이 보도됐으나 청와대는 “그런 일이 없다”며 부인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3월까지 양쪽이 은밀하게 수시로 접촉해 경선 전략 및 공천 룰 관련 자료 등을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대통령은 그해 1월 친박 인물들의 공천 가능성을 높이려 정무수석실에 ‘갑질 의원 등 부적격자 경선 배제’ ‘양질의 신인 정치인 등용 환경 조성’ 등의 대외 명분과 논리를 개발토록 지시했다. 이후 공천관리위는 이와 흡사한 경선 방침을 밝혔다.
현 전 수석은 이 위원장에게 친박 인물 현황을 정리한 ‘친박 리스트’도 전달했다. 정무수석실이 2015년 11월부터 대구·경북, 서울 강남·서초 등 새누리당 지지도가 높은 지역구에서 120여 차례 진행한 ‘진박 감별용’ 여론조사를 토대로 만든 것이었다. 검찰은 ‘비박 현역 의원 컷오프’ 지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에게 찍힌 유승민계 의원 등이 대거 공천에서 배제됐다고 본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유력 친박 의원 지원을 위해 현 전 수석 등을 시켜 경쟁 후보자의 출마 지역구 포기를 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최·윤 의원이 김성회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 출마를 포기하면 인접 지역구에 공천해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공천학살 논란과 친박계 공천에 반발한 김무성 당대표의 ‘옥새 파동’ 등 잡음 끝에 총선에서 12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총선 석 달 후 내놓은 백서에서 선거 참패 원인으로 이 위원장의 독단과 계파갈등 등을 지목했지만 현직이던 박 전 대통령의 부당한 선거운동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치권 일각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공천 개입설도 제기됐으나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검찰 조사를 거부하면서 이 부분은 규명되지 않았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단독] 드러나는 ‘총선 농단’… 朴, 공천위원장 ‘이한구’ 낙점
입력 2018-02-04 18:04 수정 2018-02-04 2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