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보건소장에 선임된 이종철 전 삼성서울병원 고문 “제자리 못 찾는 공공의료 발전에 헌신”

입력 2018-02-06 05:03

경남 창원시는 지난 1일 이종철(71·사진) 전 삼성서울병원 고문을 보건소장으로 선임했다고 5일 밝혔다. 임기는 2020년 1월말까지 2년간이다.

국내 빅4 대형병원 중 하나로 꼽히는 초대형 민간 병원의 최고 경영자로 10년 이상 활동한 의사가 공공의료의 핵심으로 꼽히는 지방의 소도시 보건소장으로 취임하기는 처음이다.

이 소장은 서울대 의대 졸업 후 1977년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를 시작으로 한양대 및 성균관대 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병원장, 삼성의료원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장, 대통령자문국가생명윤리위원회 위원, 대한소화기학회 회장, 대통령자문의료선진화위원회 위원 등을 두루 역임했다. 2008년 대한소화관운동학회가 제정한 제1회 아스트라제네카 의학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에는 의료서비스 부문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을 수상했다.

이 신임 소장은 고희(古稀)의 나이에 무슨 생각으로 이 길을 선택하게 됐을까. 그는 또한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작년 봄에 약 한 달 반에 걸쳐 800㎞에 이르는 스페인 ‘순례자의 길’을 아내와 트레킹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공공의료 분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제 고향 창원시에서 개방형 직위 보건소장을 구한다기에 응모한 겁니다.”

우연한 기회에 얻은 자리라고 했지만 본래 이 분야에 뜻이 있었기에 선택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이 소장은 20여년 전 개원 당시 여러 병원 중 한곳에 불과했던 삼성서울병원을 맡아 지금의 ‘빅4 병원’ 위치까지 끌어올린 경험을 공공의료의 핵심인 보건소의 제자리 찾기에 융합시켜볼 생각이다.

이 소장은 “10년 넘게 갈고닦은 병원경영의 노하우를 공공의료기관 창원시보건소에 접목시켜 지역주민의 건강증진과 보건복지 향상을 꾀하고, 나아가 관내 민간 병·의원 종사자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공생하는 길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민간병원의 효율성과 공공병원의 공정성을 융합시키면 낙후된 보건소의 진료기능이 되살아나고,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많아져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하는 계기도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많은 인명피해를 낳은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사고와 같은 후진적 인재(人災)가 재발하지 않도록 보건소의 의약감시 및 지도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주요 사업계획 중 하나다.

이 소장은 “세계적으로 보건소의 역할은 날로 확대되는 추세다. 지역주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정신보건 및 구강보건 사업뿐 아니라 노인자살 예방을 위해 보건소 차원에서 꼭 해야 할 일부터 우선적으로 찾아 해결해보겠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