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높은 학업 성적을 내는 한국 학생의 비중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육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부모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대물림되는 경향이 심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학업탄력성 연구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학업탄력적 학생’ 비율은 2012년 54.9%에서 2015년 36.7%로 18.2% 포인트 급감했다. 전 세계 70개 조사대상 지역 중 최대 하락폭이다. 순위는 2위에서 9위로 떨어졌다.
학업탄력성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정의 학생이 얼마나 높은 학업 성취도를 내느냐를 보여주는 지표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는 3년마다 전 세계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 과학 성취도를 평가한다. 이번 조사에서 학업탄력적 학생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위 25%인 가정의 학생 중 PISA에서 3개 부문 모두 3등급 이상을 받은 경우로 정의됐다.
한국의 학업탄력적 학생 비율은 2006년과 2009년 각각 52.7%(전체 2위), 51.3%(3위)로 2015년 전까지 5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하지만 이 비율과 순위는 OECD 측이 평가 방식을 바꾸면서 크게 하락했다. OECD는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기준을 절대 지표에서 각국 사정을 고려한 상대 지표로 바꾸며 현실화했다.
홍콩은 새 평가 방식을 적용한 2015년 PISA에서 학업탄력적 학생 비율이 53.1%로 전년도보다 9.1% 하락했지만 순위는 1위를 유지했다. 이어 마카오가 51.7%로 2위, 싱가포르가 43.4%로 3위였다.
글=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수치로 확인된 ‘흙수저 대물림’
입력 2018-02-04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