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 핵 사용하면 생존 시나리오는 없다”

입력 2018-02-04 19:13 수정 2018-02-04 22:0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지성호씨(왼쪽 두 번째)를 비롯한 탈북자 8명과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북자들을 “엄청난 고통을 겪은 위대한 사람들”이라고 치켜세웠다. AP뉴시스

美 행정부, 강한 대북 압박 배경과 전망

펜스 “전략적 인내의 시대
끝났다는 메시지 전달하러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한다”

핵 기술 이전 땐 책임 묻겠다
저강도 핵무기 개발 계획 담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강경한 대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미 국방부는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정권의 종말’까지 언급한 핵 정책 보고서를 내놨고, 트럼프 대통령은 탈북자들을 백악관으로 불렀으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전략적 인내’(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시대가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하러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평창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 이처럼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이는 배경에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의지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 국방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를 발표했다. NPR은 미국 핵 정책의 근간이 되는 보고서로 8년마다 발간된다. 이번 보고서는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강경 대처를 강조했고 북한과 이란, 중국에 관한 우려도 나타냈다.

AP통신에 따르면 보고서는 북한을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분명하고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미국과 동맹에 대한 북한의 어떤 공격도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고 못 박았다. 다른 나라나 조직으로 핵무기 기술·재료 등을 이전한 것이 발각되면 김정은 정권에 책임을 묻겠다고도 밝혔다.

국방부는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대한 재래식 비핵 공격의 대상이 되면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적이 핵으로 공격하지 않아도 먼저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저강도 핵무기 개발 계획도 담겼다. 러시아의 핵무장에 맞서는 차원에서 저강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국정연설 때 자신이 소개했던 지성호(36)씨를 비롯한 탈북자 8명을 백악관으로 초대했다. 북한의 인권 탄압 실태를 국제적 이슈로 부각시키기 위한 자리였다. 지씨 등은 힘들었던 북한 생활과 탈북 과정을 이야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고생했다”며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진행되는 남북 대화를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올림픽 이후 상황에 대해선 “아마도 뭔가 좋은 것이 올림픽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누가 알겠느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행사에서 평창올림픽 참석과 관련해 “전략적 인내의 시대가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하러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실험을 계속하면서 미국을 위협할 때 우리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펜스 부통령의 이런 발언에도 불구하고 미국 역시 평창에서 북·미 간 접촉을 비롯해 한반도 긴장 완화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만큼 평창 무대가 다시 오기 힘든 중요한 대화의 기회이기에 북한이 대화에 나서도록 더 몰아붙이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