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여있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코리아’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25일 북한 선수단 15명이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합류한 지 11일 만이다. 완벽하게 손발을 맞추기에 결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단일팀 선수들은 빙판 위에서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주고자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몸을 날리고 부딪쳤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닷새 앞둔 4일 오후 6시 인천 선학링크. 단일팀과 스웨덴의 최종 평가전이 열렸다. 스웨덴은 세계랭킹 5위의 강호다. 오는 12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단일팀이 상대할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예선 2차전 상대이기도 하다.
단일팀은 이날 오전까지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한 뒤 경기 시작 전 버스를 타고 선학링크에 모습을 드러냈다. 관중들은 올림픽 사상 최초의 남북 단일팀을 보기 위해 이날 낮부터 몰려들었다. 이번 평가전은 예매를 통해 3000석이 모두 매진됐다.
경기장 주변에는 “우리는 하나, 평창은 평화” “남북 단일팀을 환영합니다”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하지만 단일팀에 대해 모두가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청년통일응원단이 “우리는 함께할 때 더 강하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행사를 벌인 반면 보수 단체들은 반대 집회를 열었다. 자유대한호국단 회원들은 태극기를 들고서 “평창이 아닌 평양올림픽을 반대한다”고 외쳤다. 일부는 인공기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사진을 찢는 등의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남북 단일팀은 결성 당시 적잖은 마찰을 빚었다. 세라 머리 단일팀 감독은 매 경기 북한 선수 12명 가운데 3명을 출전시켜야 한다는 결정에 따라 최적의 라인업을 구성하기 위해 깊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남북 선수들은 하나의 올림픽 목표를 바라보며 지난달 28일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고, 조직력 강화를 위해 마음을 모았다. 단일팀은 남북이 뒤섞여 두 조로 나뉘어 연습경기를 치르는가 하면 북한 선수들이 각 라인에 1명씩 배치돼 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에 사는 김예원(18)양은 “단일팀이 구성될지 몰랐는데 정말 신기하다. 열심히 응원할 테니 오늘뿐 아니라 올림픽에서도 작은 기적을 썼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광주광역시에서 경기를 보러온 황승의(58)씨는 “단일팀을 조금 더 일찍 구성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번 올림픽이 우리 민족의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단일팀은 스웨덴과의 평가전을 마친 뒤 곧바로 강릉선수촌에 입소했다. 올림픽 첫 상대는 스위스(6위)이며 오는 10일 강릉의 관동하키센터에서 맞붙는다.
인천=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베일 벗은 女 아이스하키 단일팀 “함께할 때 더 강하다, 우리는 코리아”
입력 2018-02-04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