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고교생 시절 여고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13년간 복역해 온 남성에게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재심을 결정했다. 이 남성은 “경찰이 고문과 자백을 강요했다”며 사건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재심’과 내용이 유사하다.
4일 신경보에 따르면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강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장즈차오(29·사진)씨에 대해 재심을 결정했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법원은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주요 증거들에 모순이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기존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은 13년 전인 2005년 1월 10일 아침에 발생했다. 고교 1학년 반장으로 모범생인 장즈차오는 그날도 평소처럼 국기게양식을 하고 운동장을 뛰었다. 이어 교내 화장실에서 같은 학교 A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고 돼 있다. 다음 해 3월 중급인민법원은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는 감옥에서 5년을 지내다 2011년 어머니에게 “경찰에서 고문을 받았고 자백을 강요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왜 그동안 말을 안 했느냐고 하니 “무서워서 말을 못했다”고 했다.
재심이 결정되자 사건 조작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장즈차오는 사건 당일 오전 6시20분쯤 교내 화장실에서 A양을 살해하고 6시35분쯤 교실로 돌아와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15분이란 짧은 시간에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한 뒤 이를 은폐하려고 300m 떨어진 교내 매점에서 열쇠를 사와 화장실문을 잠그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장즈차오의 어머니가 학교 매점 주인을 찾아 물어보니 매점은 매일 오전 7시에 문을 연다고 했다. 매점에서 열쇠를 샀다는 내용도 허위인 셈이다.
또 A양 청바지에 진흙과 모래가 묻어 있었는데 교내 대부분은 보도블록으로 돼 있다. 다른 곳에서 살해됐을 수 있는 정황이다. 장즈차오는 A양이 입었던 옷 색깔도 처음엔 기억하지 못하다 나중에 빨간색으로 특정하고 바지도 남색 청바지라고 진술한다. 고문에 따른 자백 강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격렬한 몸싸움이 불가피한 성폭행 사건인데 현장이나 피해자에게서 장즈차오의 모발이나 지문, 세포, 체액 등 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장즈차오의 친구들이 초기에는 말이 없더니 나중에 갑자기 그를 지목한 것도 의문이다.
7년간 아들 소송에 매달린 어머니 마위핑은 “아이 아빠는 2012년 세상을 떠났고 나 혼자 남았다. 아들의 무죄를 믿고 근근이 생계를 꾸리며 소송에 매달려 왔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중국판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법원, 강간살인죄로 13년 복역한 20대 재심 결정
입력 2018-02-04 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