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스 비밀창고에서 발견된 이명박(MB)정부 시절 청와대 문건들이 고의 은닉됐을 가능성을 검찰이 수사 중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긴 부담스러운 내용의 문건들을 따로 옮겨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서초동 영포빌딩 내 다스 창고로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 청와대 문건을 반출한 옛 MB정부 청와대 관계자 및 문건 반출 지시자 등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 중 일부로부터 향후 공개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민감한 문건 등을 별도 보관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영포빌딩 지하 2층 창고 등 다스 임차 공간을 잇달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다스의 BBK투자자문 투자 관련 자료 외에도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다스의 경영 현황 등을 보고받은 내용 등이 담긴 청와대 문건을 다량 확보했다. 다스 투자금 140억원 반환과 관련된 서류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 1일 “이 전 대통령 퇴임 당시 청와대에서 이삿짐을 정리·분류하는 과정에서 착오로 대통령 개인 짐에 포함돼 이송됐다”며 문건 반환을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분량과 내용을 고려할 때 실수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중요한 증거물이기 때문에 (우리가) 압수했고, 이 전 대통령 측이 내놓으라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의 MB정부 시절 민간인 불법 사찰 입막음 의혹 수사는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장 전 비서관은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아 이를 민간인 사찰 입막음용으로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을 구속해 윗선 규명에 힘써왔다. 그러나 김 전 비서관이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누구의 지시였는지는 함구하고 있어 장 전 비서관의 신병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검찰이 장 전 비서관 구속 여부를 ‘이번 수사의 중요 기점’으로 지목할 정도였다. 김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장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은 수사전략을 다시 짜야 할 상황이 됐다. 일단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을 이날 특정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김 전 비서관과 같은 날 구속된 ‘MB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5일 기소할 계획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MB청와대, 다스 창고에 문건 고의 은닉 의혹
입력 2018-02-04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