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구대 ‘술 없는 새내기 인성캠프’ 그뤠잇!

입력 2018-02-04 18:57 수정 2018-02-04 21:59
대구대 총학생회 간부들과 홍덕률 총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2일 ‘새내기 인성캠프’를 ‘무알코올 행사’로 개최한다는데 합의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해마다 2∼3월이 되면 대학 신입생 행사에서 음주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대구대가 올해 ‘술 없는 예비대학’을 연다.

대구대 총학생회는 안전사고 예방과 건전한 청년문화 정착을 위해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경산캠퍼스 등에서 진행되는 ‘2018 DU(대구대) 새내기 인성캠프’를 ‘무알코올 행사’로 개최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4000명 넘는 학생들이 참가하는 1박2일 행사에서 음주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한동대, 강남대 등 기독교를 표방하는 대학이나 규모가 작은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 대규모 일반대학에서 신입생 예비대학을 무알코올 행사로 치르는 것은 대구대가 처음이다. 특히 총학생회가 나서 교내 구성원들과 함께 무알코올 행사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대학 전체가 고무된 분위기다.

조제형 총학생회장(23·금융보험학과 3년)은 “매년 열리는 전국의 예비대학에서 술로 인한 사건사고가 잇따르는 게 안타까웠다”며 “총학생회가 나서 기존의 학생문화를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대학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밝혔다. 조 총학생회장은 “예비대학 행사 때 학내 곳곳에 금주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술 없는 행사를 널리 알리고 실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구대는 그동안 예비대학이나 축제 등 주요 학생행사에서 절주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지난해 5월에는 총학생회가 그동안 주류회사로부터 협찬을 받아오던 관행을 과감히 끊었다. 이 결단이 이번 무알코올 행사의 시발점이 됐음은 물론이다.

유지훈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23·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년)은 “예비대학에서 기억에 남는 건 밤새워 술 마신 것뿐”이라며 “예비대학은 신입생들에게 대학생활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는 행사로 바뀌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홍덕률 총장도 그동안 기회가 날 때마다 술이 중심이 되는 학생행사의 혁신을 강조해 왔다. 홍 총장의 진심이 학생들에게 전달되고 결실을 맺은 셈이다.

대구대는 예비대학에서 술을 없애는 대신 대학생활에 필요한 정보와 인성교육 프로그램들로 가득 채웠다. 대구대 예비대학에는 신입생 4000여명과 재학생 400여명이 참가해 1박2일씩 2개조로 진행된다.

경산=글·사진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